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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Apr

담백해진 가구, 심플! 밀라노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4-25, 09:23:49 조회 수: 14023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디자인은 불황을 달래는 데 헌납됐다. 소비자의 축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우려는 듯 과장된 장식과 알록달록한 색깔이 주를 이뤘다. 이젠 디자인이 지쳤나 보다. 불황에 대처하는 디자인의 자세가 달라질 기세다.

'더 가볍게, 더 쓸모 있게.' 17일(현지시각)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2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 2012)'에서 또렷하게 보인 디자인 경향이다. 휘황한 꾸밈을 걷어내고 기본으로 돌아간 제품이 부쩍 눈에 띄었다. 디자인 비평가 마바 그리핀 윌셔는 '라펠 아 로르드르(Rappel a l'ordre·기본으로의 회귀)'라는 단어로 이번 박람회 트렌드를 압축했다. "그냥 위축된 게 아니라 아예 취향이 바뀌어 버린 소비 심리에 맞춰 그동안 과도했던 디자인이 담백하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5개의 키워드로 밀라노발(發) 새 디자인 트렌드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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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밀라노, 아니면 어디?(Milan, Where else?)’라는 슬로건으로 17일부터 22 일까지 열린‘2012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전시장 모습. 벽에 걸려 있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의자들이 ‘기본으로의 회귀’라는 올 트렌드를 대변해준다. /COSMIT 제공
◇이동성(mobility)

경기 침체로 소비자는 활력을 잃었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디자인은 '작고 이동하기 편리한' 길을 선택했다. 이동성을 염두에 둬 바퀴를 단 가구의 약진이 뚜렷하다. 로돌포 도르도니가 디자인한 '카르텔'의 소파 베드 '오케이(OK)'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바퀴를 달아 노약자도 한손으로 움직이기 쉽고 실내와 실외 어디에서도 쓸 수 있다. 큰 바퀴가 달려 이동할 수 있는 미니 테이블도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 않는 접이식이나 조립식 디자인도 인기. 건축가 장 누벨이 만든 '에무'의 접이식 테이블 시리즈 '미아', 관절처럼 다리와 팔걸이가 분해되는 '오펙트'의 조립형 의자 등이다. '옮기기 쉬운 가구'의 증가에는 1인 가구의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벼움(lightness)

형태와 소재, 두 부분 모두 가벼워졌다. 우선 형태적인 날렵함. 몰테니·B&B 이탈리아 등 주요 브랜드의 테이블은 예년보다 상판 두께가 얇아졌고 다리도 가늘어졌다. 선반형 책꽂이도 반듯한 직사각형이 아닌 사다리꼴 등 비정형으로 만들어 가벼운 느낌을 줬다. 소재 면에선 거울·유리 등 가벼운 소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가구업체 '글라스'를 통해 일본 대표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만든 '유리 벤치'는 초경량 곡면 유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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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사진 왼쪽)빈센트 반 두이센이 디자인한 소파‘테오’. 건축가 출신답게 구조적으로 단순한 디자인을 지향했다. (가운데)손뜨개질한 갓을 씌운 푸델스케른의 조명‘그래니’. (오른쪽)옮기기 쉽게 바퀴를 단 티테이블. /B&B 이탈리아, 카사마니아 제공
◇따뜻함(warmth)

몇해 전부터 감지됐던 디지털에 대한 반기가 올해는 극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중 하나인 파트리샤 우르키올라(스페인)가 동아줄을 엮은 형태로 만든 '모로소'의 소파 '비크닛', 푸델스케른이 굵은 털실로 손뜨개한 갓을 씌운 카사마니아의 조명 '그래니'처럼 따뜻한 느낌의 패브릭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제품이 많다. 이탈리아 출신 거장 마시모 모로치가 장작을 이어붙인 것처럼 만든 '에드라'의 나무 장 '부아 드 로제'에서도 온기가 느껴진다. 따뜻함은 추억·향수(鄕愁)로도 이어진다. 토비아스 유레체크는 자신이 입던 청바지와 면 티셔츠를 재활용해 커피 테이블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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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사진 왼쪽 위)등받이에 돌돌 말린 천을 풀면 담요가 되는 다기능 의자. 디자이너‘레스 엠’작품. (사진 오른쪽 위)에마누엘 마기니의 다기능 소파‘이푸프’. 확성장치가 들어 있어 애플 제품을 꽂으면 왼쪽 나팔 모양에서 소리가 나온다. (사진 아래)파트리샤 우르키올라의 유리 테이블‘크로싱’. 가벼운 유리 소재의 약진을 보여준다. /카사마니아, 캄페치, 글라스 제공

◇다기능(multifunction)

호주머니가 빈 소비자들은 '실용'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 유머를 버무린 일석이조의 제품이 많이 나왔다. 브랜드 '캄페치'는 탁자에서 침대로 변하는 모듈형 가구, 아이패드를 끼우면 스피커가 되는 나팔 모양 소파, 사다리로 변신하는 소파 등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 가구를 내놓았다. '레스 엠'이 디자인한 카사마니아의 1인용 의자 '콜레르테'는 등받이에 돌돌 말린 천을 풀면 담요가 된다.

◇믹스&매치(Mix&Match)

클래식과 모던한 디자인을 섞거나 서로 다른 소재를 결합해 의외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삼성 디자인 고문으로도 활동했던 스타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영국)이 '글라스'를 통해 내놓은 테이블 '피란델로'는 곡면 유리에 나무를 끼워 소재의 이종결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브랜드 '보피'가 클래식 가죽과 기하학적 패턴의 천을 섞어 만든 소파처럼 한 제품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는 디자인이 많아졌다.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올해로 51회째를 맞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디자인 박람회. 밀라노 가구업체들이 결성한 COSMIT(이탈리아가구박람회조직위원회)이 주최한다. 가구 업종뿐만 아니라 가전·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영향력 있는 박람회다. 올해는 전시업체 2500개가 참여했고 약 3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전시장 총 면적은 53만㎡로 서울 코엑스의 50배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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