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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타 디자이너들 제쳤다니 꿈만 같아요"

무게 1.28㎏ 초경량 의자 새로운 친환경 소재로 각광
"가전 디자인에 집중된 한국 이번 계기로 시야 넓혔으면"

지난 24일 영국 런던의 템스강변에 있는 런던디자인뮤지엄(Design Museum London)에서 열린 '2012 올해의 디자인(Designs of the Year)'상 시상식. "키휸....킴!" 어설픈 발음으로 한 동양인 이름이 호명되자 회색 헌팅캡(챙 없는 모자)을 눌러쓴 깡마른 동양 디자이너가 연단에 올랐다.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 서른셋의 젊은 한국인 디자이너 김기현씨였다. 김씨는 초경량 의자 '1.3체어'로 올해의 디자인상 가구 부문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런던디자인뮤지엄에서 주는 '올해의 디자인'상은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상. 매해 건축·가구·디지털·패션·교통·제품·그래픽 등 7개 부분에 걸쳐 그해 최고의 디자인 작품을 부문별로 딱 한 점만 선정해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는 영국 출신의 디자인 듀오 에드워드 바버·제이 오스거비가 디자인한 올 런던 올림픽 성화가 제품상 겸 최고상을 타는 등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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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김기현씨는“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김기현씨 제공

"시상자가 '아이 러브 디스 체어(I love this chair·이 의자, 사랑해요)'라고 말하는데 그저 꿈만 같았어요." 26일 국제전화로 만난 김씨의 목소리엔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았다. "재스퍼 모리슨, 로낭&에르완 부흘렉 형제, 콘스탄틴 그리치치 등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들이 물망에 올랐더라고요. 전혀 기대 못 했는데 정말 기쁩니다. 한국 디자이너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가구 분야에서 수상한 거라 더 영광스럽고요."

김씨는 수상 요인에 대해 "요즘 디자인 경향이 형태적인 것에 많이 치우쳐 있는데 새로운 '소재'로 사용자 친화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작품을 만든 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의 '1.3 체어'는 겉으로는 평범하다. 하지만 가벼운 발사나무를 활용해 보통 4~5㎏인 나무 의자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무게인 1.28㎏밖에 안 나간다.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가 디자인한 지금까지 가장 가벼운 나무의자 '슈퍼레게라(1.7㎏)'보다 더 가볍다. 이 의자로 김씨는 작년 영국 디자인 전시 '100% 디자인'에서 '블루프린트상'도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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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김씨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1.3 체어’. 현존 의자 중 가장 가벼운 1.28㎏로 한 손으로 들 수 있다.
"몇 년간 작업실에서 혼자 강도 실험을 수천번 했는데 이렇게 결실을 맺었네요." 김씨는 BBC방송이 만든 디자인 다큐멘터리와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썼던 폭격기 'DH.98 모스키토(Mosquito)'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 폭격기는 프레임 재질이 가벼운 발사나무 합판이었기 때문에 폭격기였는데도 가구 공장에서 생산됐었다.

김씨는 한국에서 경원대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국내 소형가전회사인 '루펜'을 거쳤다. 2009년 영국으로 건너가 디자인 명문 영국왕립예술학교(RCA)를 졸업한 뒤 그곳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사실 서울대와 홍대가 양분하는 한국 디자인계에서 설 땅이 없었다"며 "한국 디자인계에서 능력 있고 참신한 디자이너들이 학벌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느새 그의 수상 소감은 대한민국 디자인에 대한 소회로 넘어와 있었다. "저처럼 해외에서 디자인상을 타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많은데 막상 한국 내에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요. 불균형도 문제예요. 디자인이 가전 분야만 집중돼 있고 가구나 다른 방면은 관심 밖이지요."

김씨는 "제 수상이, 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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