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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Nov

가구에 옷을 입혔다… 추울까봐? 아니, 재밌으라고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11-12, 09:16:12 조회 수: 20382

#1.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인테리어 회사에 입사한 서현진씨는 매일 힘에 부쳤다. "디테일이 반짝이는 디자인을 해보겠다"던 꿈은 기계적인 반복 업무로 무너진 지 오래. 2010년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까지 한 그는 마침내 결심한다. "그냥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며 살자."

#2. 같은 대학 1년 후배인 김재경씨도 같은 해 위기에 부딪힌다. 그가 몸담았던 인테리어 회사의 디자인 팀이 해체 위기에 놓인 것. 김씨는 퇴사를 결심하고 졸업 후에도 주말마다 만나 디자인 스터디를 하던 대학 선배 서씨를 찾아갔다. "언니, '우리 디자인'을 해보자."

홍익대 출신 서현진(30)·김재경(29)씨로 구성된 디자인 그룹 '캄캄(KamKam)'의 결성 스토리다. '캄캄'은 지난해 세계 최대 생활용품 박람회인 프랑스 '메종앤오브제', 올해 세계적 권위를 가진 디자인 페스티벌 '100% 디자인 런던' 한국관과 국내 최대 디자인 행사 '디자인코리아 2012' 등에 잇따라 소개됐다. 이처럼 정부가 주관하거나 지원한 디자인 이벤트에 최연소로 중복 참석한 데다, 김씨가 올해 지식경제부 선정 '차세대 디자인 리더'로까지 뽑혀 디자인계에선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꼽힌다.최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디자인을 하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 것뿐인데 안팎에서 두루 호응이 좋아 스스로도 놀랍다"며 "예전엔 일주일에 세 번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보냈는데, 요즘 일주일 내내 출근해야 하는 걸 보면 일이 많아진 것 같긴 하다"며 웃었다.

이들의 디자인은 고정관념을 깨되 대중적이고 미니멀(단순)한 게 장점. 두 사람의 대표작 '옷 입은 가구' 시리즈는 캐비닛, 스툴(등받이가 없는 의자), 탁자 등을 전부 펠트(모직 천)나 인조가죽 등으로 '옷을 입힌' 뒤 벨트나 단추로 여민 것이다. 천이나 가죽으로 된 수납공간의 문은 열었을 때 돌돌 말아 가구 기둥에 붙여놓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가구라면 대부분 나무나 철재를 이용하는데, 패브릭을 써서 그보다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더 유연한 쓰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집에 있는 목제 가구에 방산시장에서 사온 펠트 천을 우연히 씌웠던 게 모티브가 됐죠."

두 사람이 커피숍을 전전하며 함께 탄생시킨 첫 작품 '모션'은 철제 책장에 움직임을 주려고 반원(半圓)으로 휘게 한 작품. 지난해 만든 아동용 가구 '기차'와 '아혜'는 각각 아이들만의 수납공간과 아기 엄마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구획해 미니멀한 디자인과 쓰임을 조화시킨 것이다. 해외 디자인 웹사이트에 실어 수백건의 문의를 받았다는 수납장 '퍼니처'는 국제규격인 A4용지 비례를 무한 반복하되 부피감과 크기를 달리해 호평받았다.

 (위 사진)아동용 장난감‘기차’. 뚜껑을 열면 수납장이 있다, 캄캄의 대표작‘옷 입은 스툴’, (아래 사진)선명한 색상의 천으로 감싸되 옷처럼 주머니와 단추를 달았다(위). 단추를 떼 돌돌 말면 수납공간이 나타난다(아래). /김지호 객원기자·캄캄 제공
현재 국내 화장품 업체, 유명 제과 업체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인 두 사람의 목표는 "녹록지 않은 삶을 단 한순간만이라도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가구를 만드는 것." 이제 막 빛을 발하는 두 사람의 상황과는 역설적으로, '캄캄'은 '모든 빛을 섞은 캄캄한 검정'을 뜻한다고 한다.

산업 디자이너인 이순인(62)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 회장은 "두 사람은 가구를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독창적"이라며 "특히 '옷 입은 가구' 시리즈는 나무에만 경도돼온 가구 디자인, 사람의 몸에만 걸치는 것으로 인식돼온 옷을 새롭게 확대 해석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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