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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Mar

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냐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3-29, 16:00:03 조회 수: 16011

열정과 혼돈의 도시, 브라질 상파울로 출신의 형제 디자이너 페르난도 & 움베르토 캄파냐는 재료의 물성 자체를 중시한다. 길에서 발견한 흔한 재료를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재탄생시켜 디자인과 아트를 넘나드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이 시대 최고의 전위적이고 대담한 디자이너라 할 수 있겠다.


Fernando and Humberto Campana Brothers(1953-, 1961-)

2008년 <디자인 마이애미>의 세미나인 디자이너 토크에 관람객들이 가득 자리를 메웠다. 사회자와 디자이너 자리에 놓인 의자가 뭔가 색달랐다. 푹신해 보이는 라운지 체어의 업홀스터리가 굉장히 입체적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가자 온갖 인형들이 얽혀 의자(Banquet Chair, 2002)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날의 주인공이자 2008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캄파냐 형제의 작업이었다. 인형으로 만든 의자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간 숱하게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경험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재료의 조합, 대담한 색감과 수공예적 기술의 조화.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킨 캄파냐 형제는 1998년 뉴욕 모마에서 조명 디자이너인 잉고 마우러와 함께 전시를 열었다. 이들은 모마에서 전시한 최초의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였으며, 그 뒤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형 페르난도는 본래 법학을 전공, 변호사로 활동하다 1980년대 중반 작은 스튜디오에서 조소 작업을 하며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 건축을 전공한 동생 움베르토가 자연스레 작업실을 오가며 형제는 듀오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되었다. 디자이너로서 정규 교육을 거치지 않은 페르난도였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어떠한 틀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디자인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고, 건축가였던 움베르토가 지닌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과 결부되어 그들의 작업은 진보적이고 실용적인 면모를 함께 지닐 수 있었다. 열정과 혼돈, 그 속에 아름다움을 간직한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자란 형제의 작업 영감은 바로 개성으로 가득 찬 그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로부터 나온다. 디자이너의 소소한 일상과 인생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경험을 그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각화시키는 것이다. 상파울로의 슬럼가에 버려진 폐목재를 이용해 만든 페벨라 체어(Fevela Chair), 역시 거리에서 가져온 버려진 로프를 이용해 디자인한 베르멜라 체어(Vermelha Chair)는 이들의 디자인 철학과 영감의 원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매끈하고 빈틈없는 마감을 자랑하며 대량생산된 의자들과 달리 그들의 의자는 적나라하게 제품의 원재료를 사람들에게 드러낸다. 복잡하게 얽혀 있고 대담하게 덧붙인 듯한 조각들이 고스란히 의자라는 형태로 완성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이나 외형의 아름다움보다는 우선 작업을 이루는 물성 자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 앞서 재료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브라질 전통 수공 기법을 적용하고 기술적으로 보완한 뒤에야 비로소 인체 공학적 문제와 형태미, 실용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최근 들어 캄파냐 형제는 가구뿐 아니라 설치 및 건축 프로젝트로 그들의 작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새롭게 단장해 오픈한 그리스 아테네 중심부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인 뉴 호텔(New Hotel) 프로젝트는 그들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1958년 건축가 이아소나 리조스(Iasona Rizos)가 디자인한 올림픽 팔레스 호텔을 리노베이션하는 이 프로젝트는 그리스 테살리 대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한 워크숍 결과를 호텔 리노베이션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부티크 호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유니크함을 강조했으며 캄파냐 형제의 디자인 언어와 지역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녹여 기존의 호텔 디자인과 분명히 차별화된 새로운 작업을 탄생시킨 것. 이아소나가 본래 설계한 내부 계단 같은 구조는 그대로 살렸으며 기존에 쓰였던 호텔 가구들을 리디자인한 캄파냐 형제의 디자인 오브제를 배치한 호텔 통로는 방문객들에게 마치 작은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준다. 페르난도와 움베르토가 직접 공사에 참여한 호텔 리셉션은 그들의 페벨라 체어에서 가져온 디자인 모티프를 벽 전체에 적용시켰는데, 여기에 사용한 목재들 역시 기존에 쓰였던 목재들을 재활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은 그들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인 소재의 재활용과 이를 통해 보여지는 예상치 못한 유머, 낯선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뉴 호텔은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보전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도시에 버려진 보잘것없는 나뭇조각, 쓰다 버린 인형과 천조각 등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쓸모 없는 소재들이 캄파냐 형제에게는 그들이 사랑하는 도시의 소중한 일상과 그 안에 내재된 특별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매개체이자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좋은 재료이다. 전위적이라고도 평가되는 그들의 작업은 놀라울 만큼 창의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꿔버린다는 점, 무질서 속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람들의 삶에 웃음과 여유를 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지녀야 하는 미덕 중 하나일 것이다.


Product Corallo Chair
Manufacture Edra
산호초의 아름다운 색과 형태에 매혹되어 디자인했다는 코랄로 체어는 에폭시 파우더를 코팅한 철선을 모두 수작업으로 불규칙하게 엮어 만든 것이다. 충격적이고 과감하며 낯선 동시에 독특함을 주는 캄파냐 형제의 대표작.


레이저 커팅한 글로시한 알루미늄 조각으로 만들어 그들의 이름을 딴 캄파냐(Campana) 조명.


악어 또는 파충류 가죽을 프린트한 가죽 조각을 재조합한 레더웍스(Leather works)


Product New Hotel
Location Greece
그리스 아테네 중심부에 있던 올림픽 팔레스 호텔을 리노베이션하는 호텔 프로젝트. 캄파냐 형제는 그리스 테살리 대학교의 학생들과 진행한 워크숍 결과를 디자인에 반영했으며, 호텔에 있던 가구를 리디자인해 독특한 디자인 오브제로 활용했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자 성공적인 건축 실험이었다.


2012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을 보인 움막 형태의 스토리지 유닛 카바나(Cabana)와 새로운 소재로 탄생한 아틸라(Attila) 소파.


테라코타처럼 보이지만 알루미늄 조각 8개를 조합해 만든 테이블 코토(Cotto).


Product Fevela Chair
Manufacture Edra
역시 상파울로의 슬럼가에 버려진 폐목재를 이용해 만든 의자는 에드라에서 생산하고 있다. 캄파냐 형제가 사용하는 나무는 매끈하고 아름답게 가공된 것이 아니다. 길에서 주운 제품의 원재료와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그들의 디자인 특징이다.


Product Vermelha Chair
Manufacture Edra
거리에서 가져온 로프로 만든 베르멜라 체어. 브라질리안 형제 디자이너의 영감의 원천은 이렇듯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 상파울로에서 비롯된다. 복잡하고 대담한 디자인은 재료의 물성에 대한 연구와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나온 것이다.

에디터 정수윤
강승민(aA디자인뮤지엄 큐레이터)
사진 제공 웰즈(02-511-7911), www.ed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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