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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12-Feb

로낭 & 에르완 부룰렉

작성자: 전예진 등록일: 2012-02-02, 09:21:51 조회 수: 149965

로낭 & 에르완 부룰렉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필립 스탁의 오랜 독주에 싫증이 난 프랑스인들은 너무도 프랑스적인 동시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또 한 번 맞이하게 되었다. 절제된 듯 자유롭고 정적인 듯 유기적인 부룰렉 형제의 디자인은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컴퓨터 작업이 아닌 드로잉과 목업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자연과 일상에 대한 통찰력, 유머러스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그들의 작업은 플라스틱과 패브릭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이용해 예상 밖의 디자인으로 선보인다. 에디터 정수윤 | 글 강승민(aA디자인뮤지엄 큐레이터)

프랑스 출신의 형제 디자이너 로낭과 에르완 부룰렉은 파리 보자르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후 디자인을 공부해 1999년 함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미니멀하면서도 사물을 아름답게 재해석하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과 언어는 지극히 프랑스적이면서도 디자인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다. 이 유명한 형제는 2000년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파리 부티크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계기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두 사람은 그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비트라의 회장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과 만나게 되면서 메이저리그 디자이너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2002년에 선보인 사무용 시스템 가구 조인(Joyn)은 간결한 선과 경쾌한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기존의 경직된 사무실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인의 성공 이후 부룰렉 형제는 비트라를 위해 다양한 가구 및 오브제 디자인을 선보였다. 특히 2004년에 발표한 알그(Algues)는 최소 단위가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조각이 마치 바닷속 해조류처럼 합쳐지고 확장되어 새롭게 공간을 구성하는 컨셉의 제품 디자인으로 그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신선한 디자인 이슈 중 하나로 다뤄지며 부룰렉 형제의 이름과 디자인 정체성을 세상에 확실하게 알렸다. 이후 그들은 알코브 소파(Alcove Sofa, 2006), 슬로 체어(Slow Chair, 2007), 베제탈 체어(Vegetal Chair, 2008) 등을 비트라를 통해 발표하며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시스루 소재의 이지 체어인 슬로 체어는 2006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이미 그 편안함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는데, 실제로 이 의자의 탄력적이고 반투명한 업홀스터리 영감은 여자들의 섹시한 스타킹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한다. 가벼운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베제탈 체어는 ‘의자를 재배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해 19세기 북미에서 나무를 의자 형태로 자라도록 수년간의 세월에 거쳐 재배하는 데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쾌하고 감각적이며 실용성까지 겸비한 이들과의 협업을 원하는 마지스(Magis), 카르텔(Kartell), 리네 로제(Ligne Roset), 알레시(Alessi), 카펠리니(Cappellini), 크바드라트 (Kvadrat) 등과 같은 세계적인 가구 및 제품 디자인 회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덴마크의 패브릭 제조 회사인 크바드라트와의 협업으로 이들 형제의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 철학은 더욱 분명해졌다.

관찰과 상상력 그리고 끊임없는 드로잉을 통해 탄생한 클라우드(Cloud, 2006)는 펠트 소재의 각 유닛 모서리 부분을 고무 밴드로 엮어 작게는 벽에 부착하는 오브제로 또는 거대한 조형물로 그 형태나 색채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제품이다. 그들은 스페인의 디자인 슈즈 회사인 캠퍼의 파리 매장, 크바드라트의 코펜하겐 쇼룸 등의 인테리어를 맡아 패브릭을 주 소재로 이용한 감각적인 쇼룸으로 화제를 모았다.


베를린에 있는 까사 캠퍼 호텔 레스토랑인 도스 파일로스(Dos Paillos) 역시 부룰렉 형제의 작품이다. 이곳의 수석 셰프인 알버트 라우리치(Albert Rourich)의 예술과도 같은 요리 과정을 손님들과 최대한 캐주얼하고 즐겁게 나눌 수 있도록 설계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과 미니멀한 감수성이 매우 돋보인다. 최근 들어 부룰렉 형제는 전시와 여러 인스톨레이션을 통해 대중과의 한 차원 다른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 파리 센 강에 띄운 플로팅 하우스(La Masion Floattante)는 그들의 건축 프로젝트로 직사각 형태의 보트 위에 알루미늄과 나무 소재로 아티스트와 작가를 위한 작업 공간을 지었다. 특이한 점은 건물의 가운데에 자리 잡은 덩굴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보트 하우스의 지붕과 외벽을 덮도록 고안되어 작은 초록색 섬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도록 설계되었단 사실이다. 2010년 여름, 그들은 르 코르뷔지에(Le Courbusier)가 설계한 마르세이유의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가졌다. 20세기 건축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 건물은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파트에 들어서면 전시장은 마치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펼쳐진다. 오리지널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와 함께 부룰렉 형제가 디자인한 제품들과 가구 그리고 오브제들이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는 이 전시는 특별히 꾸미거나 과장이 없는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소이자 전시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11년 <런던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로낭과 에르완은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의 라파엘 갤러리에 240m²가 넘는 거대한 패브릭을 설치했다.

사람들이 작품 앞에 다소곳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패브릭 위에 눕거나 앉아 긴장을 풀고 공간과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즐기도록 제시한 인스톨레이션이었다.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로낭과 에르완이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자연과 일상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람이다. 디자인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이 남다른 두 형제가 앞으로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새로운 경험으로 인도할 것인지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Ronan and Erwan Bouroullec (1971~,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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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LCOVE SOFA
Manufacture VITRA

비트라를 위해 디자인한 패브릭 소재의 알코브 소파는 지퍼를 채워 소파의 사이드와 백 레스트를 플렉서블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공간과 단절시켜 마치 벽장 안에 숨은 것처럼 편안한 휴식을 가능하게 한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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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TEXTILE FIELD

부룰렉 형제가 최근에 작업한 인스톨레이션 텍스타일 필드는 크바드라트와 협업한 것으로 런던의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에서 열렸다. 관람객들이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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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LGUE
MANUFACTURE VITRA

해조류를 연상시키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연결시키고 확장해 공간을 분리하고 재구성하는 제품 디자인. 2004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신선한 디자인 이슈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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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LOUD
Manufacture KVADRAT

관찰과 상상력, 끊임없는 드로잉을 통해 탄생한 클라우드는 펠트 소재의 각 유닛 모서리 부분을 고무 밴드로 엮어 원하는 대로 모듈을 완성하는 방식의 디자인 제품. 벽에 고정하는 작은 오브제로 사용할 수도 있고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거대한
조형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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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SLOW CHAIR
Manufacture VITRA

여자들의 섹시한 스타킹에서 영감을 얻은 시스루 소재의 이지 체어는 발표 당시 디자인 업계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반투명의 업홀스터리는 탄력적이어서 앉았을 때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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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에 띄운 건축 프로젝트 플로팅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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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있는 까사 캠퍼 매장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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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Apartment 50

마르세이유에 지어진 르 꼬르뷔지에의 역작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 열린 기념비적인 전시. 현재도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와 부룰렉 형제가 디자인한 제품, 가구를 일상처럼 전시해 자연스로운 소통의 장소로 회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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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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