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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Jan

그들, 한옥에 들다

작성자: 전예진 등록일: 2012-01-19, 10:46:13 조회 수: 14174

담담한 모습으로 오늘의 서울을 지키는 한옥에서 자신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 주거의 터전이 아닌, 생활의 터전으로 삼아 느림의 미학, 비움의 비학을 알아가고 그로 인해 마음을 채워가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들의 인터뷰에 감흥이 일었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한옥 플레이스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에디터 정수윤 · 신진수 | 포토그래퍼 이종근 · 심윤석




공간 디자이너 김경수의 북촌 높은 곳에 위치한 미음 갤러리

“한옥은 융통성이 뛰어나요. 게다가 살아 있는 것처럼 숨을 쉬고요. 사람을 알아봐요. 집이 주인을 맞이해주지요. 제가 자리를 오래 비우면 어디서든 표가

나요. 벌레가 들고 썩기 시작해서 자꾸 어르만지고 관리해주어야 해요. 비어 있는 한옥은 마치 폐가 같잖아요.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인 거예요. 한옥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건강하고 오래가는 것,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에디터 정수윤|포토그래퍼 이종근

그가 자리를 권했다. 장 프루베의 안토니 체어와
폴 키에르홀름의 PK22가 묵직한 돈궤를 중심으로 낮은 리빙룸을 구성하고 있었다. 담백하고 무뚝뚝한 상판에 비해 여러 문양을 투각해 화려한 느낌을 주는

해주반이 돈궤 옆에 놓여 있었다. 에디터는 검은 가죽 라운지 체어 PK22에 몸을 맡겼다. 김경수 소장이 그의 한옥 라이프에 대한 말을 꺼냈다. 그가 북촌 높

은 곳에 위치한 이 한옥에 들어온 지는 올해로 4년째. 갤러리와 카페 등 사람들에게 한옥을 개방하면서 공간적인 실험을 충분히 거친 뒤, 지금은 사무실로만

운영하고 있다. 그가 대청마루로 나가더니 오디오를 켰다. 낡고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굵고 맑은 기타 연주가 흘러나와 대청마루와 안

채, 안마당까지 꽉 채웠다. 에디터가 앉은 자리에선 끝부분이 살짝 들린 기와지붕과 처마의 편안한 곡선, 그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푸른 잎이 보였다

. 청량하고 맑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평화롭고 따듯한 공기가 북촌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미음갤러리를 감쌌다. 한옥에 산다는 것은 이런 삶이구나. 열

마디,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한 한 번의 경험을 하는 참이었다.
미음갤러리의 사무실은 한옥의 구조와 형태를 변형하지 않았다. 대들보에 달려 있던 형광등은 떼어내고, 바닥에는 보일러를 깔아 나무 바닥재를 덮으며 벽에

는 전통 한지를 발랐다. 하지만 이전에 살던 사람이 니스칠을 해서 반짝거리는 서까래와 대들보는 손을 댈 수 없었고, 근대화 시대의 유행이었던 대청마루

앞 바닥 쪽타일도 그대로다.
김경수 소장은 한옥에서의 생활이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소반과 방석이 놓인 겸손한 대청마루, 세르주 무이의 조명과 디자인

체어, 사방 탁자가 어우러진 김경수 소장의 방…. 전통적인 코리안 스타일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참 잘 어울린다 싶다. 김경수 소장은 한옥에서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편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어느새 주변은 어둑어둑해졌다. 솟을대문을 헐어내고

지은 낮은 담장 위로 북촌과 서울의 위풍당당한 하늘이 펼쳐졌다.


“한옥은 모든 것이 움직입니다. 폐쇄적이지만 한없이 개방적이죠. 안방과 대청마루와 건넌방까지 일자형 구조인데, 제 방에서 문을 열고 건넌방을 바라보면

레이어가 중첩되는 느낌이 들어요. 한없이 개방적으로 변하는 이 전망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저녁 시간 저 혼자 남았을 때 앰프 볼륨을 올리고 기타를 연

주하거나 음악을 들어요.
안마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옆집 할머니에게 혼날 때도 있지만, 대청마루에서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그런 날은 이불을

깔고 작업실에서 자기도 합니다.”

1. 북촌 높은 곳에 위치한 미음갤러리에서 바라본 안마당과 북촌, 서울시내 전경



2. 북촌 높은 곳에 위치한 미음갤러리에서 바라본 안마당과 북촌, 서울시내 전경



3.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면 종로에서 을지로, 불을 밝히는 N서울타워까지 바라다보인다.



4. 공간 디자이너이자 미음갤러리 대표인 김경수 소장



5. 김경수 소장이 좋아하는 문지 중첩되는 한옥의 개방적인 뷰



6. 대청마루에 않아 있으면 북촌의 기와지붕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두레 이숙희 사장의전통을 담은 한옥 호텔 취운정


에디터 정수윤|포토그래퍼 이종근

“취운정에는 외국 손님이 많지만 가끔 나이 든 어르신들도 와서 하룻밤 묵으시곤 해요. 어렸을 때 한옥에 머물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한

옥에서의 온전한 하루를 즐기시는 거죠. 여름이면 문짝이 팽창해서 정기적으로 대패질해야 하고, 마당도 매일 쓸어야 해서 손길이 많이 가고 분주하지만 한

옥은 자연에 감응하고 답을 해옵니다. 한옥은 단순한 집이라고 할 수 없어요. 자연의 순리죠.”

슥슥. 밤새 이슬이 내린 안마당을 싸리비로 쓰는 청결한 소리가 취운정의 아침을 연다. 취운정은 인사동에서 한정식집 두레를 운영하는 이숙희 사장이 오픈

한 고급 한옥 호텔이다. 한정식집을 운영하면서 우리의 맛과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우리 고가구를 모았고, 일본으로 여행 가

면 항상 료칸에 머물렀다. 그때마다 일본의 전통 여관인 료칸처럼 우리나라 전통 주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고급 숙박 시설이 없다는 사실은 못내 아쉬움

으로 남았다. 그러던 찰나 북촌 가회동에 민가 두 채를 터서 규모가 꽤 큰 한옥을 사들이게 된 것. 대문도 두 개고 얼마 전까지 번지수도 두 개로 나뉘어 있

었던 취운정은 현직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1년 남짓 거주한 한옥으로도 유명한데,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집이라고 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의 문의가 줄을 잇자

평소 늘 마음에 품어왔던 한옥 호텔로 개조하기 이른다. 이숙희 사장과 권정림 실장의 고민은 안채, 사랑채, 별채를 몇 개의 객실로 어떻게 나누어야 프라이

빗한 호텔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리노베이션을 맡은 구가건축의 조정구 소장은 구조는 최대한 살리면서 안채에 두 개의 객실, 사랑채와 별채

에 각각 하나의 객실을 만들었다.
한옥의 단점인 외풍과 추위를 보완하기 위해 우물마루 밑에는 보일러를 깔았고, 객실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각 객실마다 욕실 겸 화장실을 만들었다. 이 욕실은 편백나무 욕조가 설치되어 있는데다 도예가 김대훈이 직접 굽고 깨뜨려 만든 타일을 붙여 더

욱 특별하다. 사랑채의 욕실에는 편백나무 욕조 바로 위로 가로로 긴 창이 있다. 비스듬히 살이 있는 두 개의 창문을 겹치면 나무살 사이로 정갈한 안마당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은은한 나무 향을 맡으며 목욕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눈 내리는 날에는 포근하게 내리는 눈을 감

상할 수 있어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전통 한옥의 매력에 온전히 매료된 이숙희 사장과 권정림 실장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들만큼 충분히

느끼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물마루가 깔린 복도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방에서 방으로 연결되는 점도 독특하지요. 각각의 작은 방은 창호문을 들어 올리면 개방적으로 변해요. 필요

에 따라 공간을 작게 또는 크게 쓸 수 있는 변화무쌍한 집이 바로 한옥이지요.”


1. 정갈하고 조용한 한옥 호텔 취운정.



2.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키는 창호



3. 슬리퍼로 사용하는 타이야표 흰 고무신이 놓여 있다.



4. 노을이 지는 북촌의 저녁



5. 취운정 권정림 실장



6. 한옥의 기와지붕이 한눈에 담기는 객실의 유리창



7. 로비로 사용하는 안채 대청마루



8. 두 집을 헐어 한 채로 사용하는 취운정



신경숙 · 최세란의 한옥같지 않은 한옥효자동 레시피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이종근

“한옥의 매력은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미묘한 정감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어

요. 다음 날 출근해 문을 열면서 나도 모르게 ‘잘 있었니?’ 인사를 하게 되더군요. 오래되어 낡으면 못쓰게 되거나 버려야 하는 것이 있는데 한옥은 늘 익

숙하지만 새로운 생명이 있는 장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같은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제가 느끼는 한옥의 매력이에요.”

‘참 정갈하다’란 표현이 어울리는 효자동 레시피는 두 명의 여자 요리사가 운영하는 한옥 레스토랑이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음식점을 열고 싶어했던 신경

숙 대표는 2003년 서울의 등잔 밑 같았던 서촌을 다니다가 우연히 소개받은 낡은 한옥을 보곤 바로 계약했다. 가정집이었던 곳을 식당으로 개조하는 데는 어

려움이 많았다. 막연하게 한옥을 고친 음식점들만 둘러본 게 고작이었던 그녀는 공사를 하며 사람에 치이고, 잦은 민원 신고에 시달리며 경제적인 손해까지

입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성혜 실장을 만나 머릿속에서 꿈꾸던 이미지를 실제로 만들 수 있었다. 지나치게 전통적인 분위기는 지양했

기에 스틸이나 유리 등을 최대한 활용해 모던한 느낌을 줬고, 온돌을 깔아 서서 일하는 작업이 많은 주방의 난방도 신경 썼다. 내부의 기둥이나 서까래 등을

가린다면 현대적인 건축물의 실내와 다름없다.
원래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이었고, 현재 효자동 레시피의 실질적인 셰프이자 운영자인 최세란 셰프는 한옥

의 계절성에 대해 사심 가득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통유리창을 통해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효자동 레시피는 안에 멋진 오픈키친을 갖추고 있어 손

님들이 오면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고, 음식을 즐기게 된다.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쌓은 인연 또한

한옥이 선물한 소중한 자산이다. 영화 세트장처럼 비슷비슷한 모양새의 북촌 한옥보단 한옥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과 애정을 쏟아 만든 효자동 레시피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한옥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옥같지 않은 진짜 한옥, 효자동 레시피에선 언제나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길 것이다.

“한옥에선 모든 계절을 직접적으로 즐길 수 있어요. 봄에는 새싹이 나는 과정을 계속 지켜볼 수 있고, 마당, 대문, 담장 등을 청소하면서 계절이 시작됨을

느낄 수 있죠. 무슨 꽃을 심을까 고민도 하고요. 여름에는 꽃들도 만개하고, 초록이 가장 싱싱한 때라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시기예요. 특히 비가

올 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보면서 카푸치노를 마시면 참 좋아요.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춥지 않은 날씨엔 툇마루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요. 겨울에는 쓸쓸한 마당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예고 없이 내리는 흰 눈을 맞이해요. 흰 눈은 작은 마당과 기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이죠.”



1. 자갈을 깐 작은 앞마당을 지닌 효자동 레시피



2. 넓은 단체 테이블에 앉으면 바깥 풍경이 바로 보인다.



3.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담장에 비친 모습



4. 파란 하늘과 기와가 주는 여유로움



5. 입구에서 바라본 효자동 레시피. 오픈키친이라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6. 적은 인원을 위한 테이블



7. 철로 만든 모빌. 소리가 나진 않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롭다.



8. 현재 쉐프인 최세란(왼쪽)씨와 효자동 레시피의 설립자 신경숙 대표





편집 디자이너 노상용의 즐거운 한옥 공간디자인락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심윤석

“한옥은 제게 마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아요. 살아 있다고 느끼게 되는 공간이거든요. 안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집이랄

까. 자주 만져주고 닦으면 윤이 나며 건강해 보이고,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집이 시름시름 앓는 것처럼 보여요. 게다가 제 책상 뒤로 있는 작은 다락은

우리 디자인락의 보물들이 모여 있는 보물 창고랍니다. 이런 숨은 공간들도 매력적이죠.”


효자동 대로변과 경복궁역 대로변 사이의 통의동 작은 골목골목을 지나 만나게 되는 디자인락. 한옥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사무실 풍경이 보였다.

편집 디자이너라면 사용하고 있을 애플컴퓨터와 빼곡히 들어찬 서적들이 놓인 사무실은 한옥이란 점만 빼면 여느 사무실과 다름없다. 디자인락의 노상용 실

장은 대문을 삐걱 열었을 때 흙을 밟을 수 있는 작은 마당을 지닌 한옥에 매료되었다. 갑갑했던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서 떨어져 있는 이 한옥은 원래 노부

부가 살던 가정집이었다. 하지만 야근은 물론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선 한옥의 가장 취약점인 난방시설을 비롯해 물

론 곳곳의 보수와 개조가 필요했다. 다만 외부에서 봤을 때 오래된 한옥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기에 거실 문이나 다락 등은 손을 대지 않았다. 주방보

단 부엌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도 그대로 두어 탕비실로 꾸몄고, 작은 방은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대신 바람을 막아주고 열의 손실을 줄여줄 섀

시를 했고, 보일러도 다시 설치했다. 배관 공사는 물론 마당엔 흙을 부었고, 좋아하는 대나무도 심었다. 노상용 실장은 한옥은 부지런한 사람만이 살아갈 수

있는 집이라 했다. 청소는 물론 계절에 따라 소리가 나고 삭아가는 부분들을 직접 손봐야 한다.
한옥은 굳이 나가지 않아도 소리로, 눈으로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 말하는 노상용 실장은 특히 눈이 올 때 참 좋은데 눈이 오질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곤 한옥을 사무실로 사

용하고자 한다면 네모난 건물보다는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 인원을 잘 고려해서 개조하거나 지으면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한옥에 살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다소 불편하고 좁고, 추운 한옥도 서글서글한 얼굴과 웃음기 많은 그에겐 디자인락이란 이름처럼 그저 즐기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한옥을 개조하는 분들도 참 많은데 전 한옥의 예스런 모습은 남겨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나무나 예스런 패턴이 새겨진 유리조차도 그대로 냅두었죠. 공

사 중 유리 하나가 깨졌을 땐 어찌나 아쉽던지. 손을 많이 대지 않아서 제 손길이 더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 역시 한옥에 사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더

부지런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1. 좁은 골목길을 막 돌았을 때 볼 수 있는 디자인락의 간판



2.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기와



3. 새와 고양이들이 자주 놀다 가는 기와지붕



4. 열면 삐걱하는 소리가 나는 대문



5. 문을 열면 사람 키보다도 큰 기린 오브제가 손님을 맞이 한다.



6. 위아래로 내려서 켜는 스위치



7. 노사용 실장의 한옥 사무실 디자인락. 사무실 내부엔 구멍이 뚫린 창호지 창문도 있었다.



8. 디자인락의 식구들. 노사용 실장(가운데)의 웃음이 푸근한 한옥과 닮았다.



9. 테이블과 의자만이 단출하게 놓인 회의실에서 바라본 앞마당. 동네에 볼일이 있을 땐 자전거를 이용한다.











유정은과 조영인의 느리게 가는 작업실 슬로모

에디터 정수윤|포토그래퍼 이종근

“한옥은 사람을 압도시키지 않아요. 자연스러워서 참 좋죠.
또 한옥은 흙과 나무잖아요? 그래서 곤충도 식물도 함께 산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봄, 여름이

면 기와지붕 위에 꽃씨, 풀씨가 날아와 자라나고, 서까래엔 작은 개미들도 지나다녀요. 여름밤엔 귀뚜라미도 가끔 찾아오고요. 아파트에서 마주쳤으면 깜짝

놀랐을 것들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에요. 서울 안의 시골이죠.”

트위터를 통해 만난 유정은과 조영인. 주얼리 디자이너와 스테이셔너리 디자이너인 두 사람은 계동이라는 동네에 매료되어 있었고, 각자의 브랜드

지금(Jigum)과 웨일투웨일(Whale2whale)의 성향이 잘 녹아드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올해 봄 계동 중앙고등학교 정문 쪽에 작업실을 얻었

다. 그녀들의 아날로그 감성에 잘 맞는 한옥 쇼룸 겸 작업실은 으리으리하지 않지만 들꽃을 가져와 아무 데나 툭 놓아도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는 것처

럼 자연스러운 공간이다. 두 사람은 많은 리노베이션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고 도화지를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

나간 것이 전부. 한옥은 여백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깨끗한 도화지 위에 그들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노트 류부터 명함, 스탬프, 포스터, 캘린더까지 디자인하는 웨일투웨일의 조영인은 한옥에 딸린 다락방 같은 2층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주얼리를 만드는 지금의 유정은은 1층을 주로 사용하는데 작업대에 앉아 천장의 서까래를 쳐다보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가끔 천장만 쳐다볼 때도

있다. 햇살이 적당히 들어오는 낮 시간이 되면 한옥 안에 자리 잡은 물건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각자의 공간에서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는 생

각이 든다. 그런 날은 드라이플라워 하나만 가지고도 많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올해 겨울은 유정은과 조영인이 한옥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겨울이다. 다들

한옥이 춥다고 겁을 줘서 항상 단단히 무장하고 출근하지만 시간이 조용히 흐르는 한옥에서 따스한 유자차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고 하루 일과를 보내다 보면

마음이 따듯하게 차 오른다. 한옥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 아니라 생활하는 사람과 함께 숨을 쉰다. 한옥의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게 꼭 햇빛만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늘도, 날씨도, 공기도 보게 된다고. 삐걱대는 나무 창틀과 문틀이 눈을 맞아 상한 곳은 없는지, 녹슨 곳은 없

는지 살펴보고 흙먼지도 자주 쓸어내면서 마루가 빛을 잃지 않도록 애정을 쏟아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들이 덧붙인 한옥의 관리 팁이다.
“한옥은 특히 비가 오는 날이 좋아요. 비가 적당히 오는 날은 비와 서까래가 듣기 좋은 소리들을 연주해줍니다. 커피 한잔과 재즈, 빗소리가 가득한 작업실

에 오면 그날은 정말 많은 것을 하고 가요.(지금 유정은) 퍼붓는 빗속의 한옥은 정말 특별한 기분을 주더라고요. 창밖으로 보이는 젖은 기와지붕은 정말 멋

진 풍경이라 이곳의 여름이 좋아졌어요.(웨일투웨일 조영인)”
1 중앙고등학교 정문 인근에 있는 한옥 쇼룸 겸 작업실 슬로모. 2,4 주얼리 디자이너 유정은의 작업대.
3 창 너머로 기와지붕이 보이는 슬로모의 내부.
5

스테이셔너리 디자이너 조영인. 6,7 작지만 아담한 한옥은 정적인 두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8 조영인이 좋아하는 2층 작업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 창가. 창

을 통해 하늘도 날씨도 공기도 보게 된다.


1. 중앙고등학교 정문 인근에 있는 한옥 쇼룸 겸 작업실 슬로모



2. 주얼리 디자이너 유정은의 작업대



3. 창 너머로 기와지붕이 보이는 슬로모의 내부



4. 주얼리 디자이너 유정은의 작업대



5. 스테이셔너리 디자이너 조영인



6. 작지만 아담한 한옥은 정적이 두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7. 작지만 아담한 한옥은 정적이 두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8. 조영인이 좋아하는 2층작업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 창가. 창을 통해 하늘도 날씨도 공기도 보게 된다.







플로리스트 이주희의 싱싱한 꽃내음 가득한 한옥 이에나

에디터 정수윤|포토그래퍼 심윤석

“보시다시피 이에나에는 꽃 냉장고가 없어요. 한옥의 흙벽이 열기를 흡수해 실내 온도가 항상 서늘하게 유지되거든요. 꽃은 차가운 데 있다가 실온으로 나

오게 되면 쇼크를 받기 때문에 지금처럼 실온에서 필 때가 가장 좋아요. 여기서는 물만 갈아줘도 싱싱한 상태가 오래가더라고요. 꽃에게 좋은 공간이라면,

사람에게도 좋지 않을까요?”
젊은 플로리스트 이주희가 운영하는 한옥 플라워 아틀리에 이에나는 안국역 헌법재판소 옆 좁은 골목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다. 대학 시절 생화를 올려 케이

크를 장식하기로 유명했던 이승남의 꽃과 빵에서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다가 오히려 꽃을 장식하는 데 더 정신이 팔린 자신을 보면서 꽃과의 운명적인 교

감을 감지하게 된 그녀는 크리스찬 또뚜에서 꽃을 배우고 런던 매퀸을 거쳐 파리로 건너가 플로리스트 까트린 뮐러와 일하게 된다. 나름의 룰이 존재하는 런

던, 자유롭고 예술적인 파리의 스타일을 모두 경험한 이주희 실장이 파리에서 귀국해 꾸민 플라워 아틀리에 이에나는 주변에서 보기에도 꽤 의외인 장소에

문을 열었다. 골목 깊숙한 곳, 게다가 한옥이라니. 이주희 실장이 한국적인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녀의 어머니 영향이 크다. 반닫이와 소반,

궤 등 전통적인 고가구와 유럽의 클래식한 가구를 수집하던 이주희 실장의 어머니는 고즈넉한 공간에 이 가구들을 풀어놓고 싶었고, 지금의 이에나가 된 거

의 허물어져가는 낡은 한옥을 사서 살림집으로 개조했다. 리노베이션 과정은 꽤 까다로웠다. 워낙 오래된 집이라서 집의 틀만 놔두고 다시 짓다시피 했다.

대들보와 서까래도 다시 올렸다. 대들보를 상량하던 날 좋은 일만 가득하라고 대들보에 글귀도 적어 넣었다. 작은 규모의 한옥을 답답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

드는 것, 채광과 조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창호문이 아닌 유리문을 달았다. 개조 당시에는 꽃집으로 쓸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기에 대청에는 우물마

루를 깔았다. 한옥을 꽃집으로 쓰는 데는 불편함이 따른다. 꽃집의 특성상 물을 쓰는 일이 잦은데, 나무 바닥에 물이 떨어질까 봐 조심조심해야 하고 흐른

물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닦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옥이 꽃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확신이 든다.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낸 안마당

에는 한옥과 잘 어울리는 소나무와 사계절 내내 푸른 수어초를 심어 동양적인 정원으로 만들었다. 봄에는 야생화와 작약이 피고, 여름에는 수국이 흐드러지

게 피어 싱그러운 기운이 집 안 가득 퍼진다. 대청마루 앞의 백일홍나무에 곱고 빨간 꽃이 피면 가을이 왔다는 신호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들의 옷차림을 보고 계절을 짐작했는데, 이제는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계절의 변화가 살갗에 와 닿는다. 매순간 한옥은 살아 있는 건축임을 너무 실감하게

된다.


“한옥 툇마루에 앉아 가만히 바라다보는 여름밤이 좋아요. 귀뚜라미 소리와 은은한 조명이 있는 정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광경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름다워요. 한옥이 주는 특유의 기분 좋은, 서늘한 느낌. 한옥은 살아 있는 공간이에요.”


1. 좁은 골목에 숨어있는 한옥 플라워 아틀리에 이에나



2.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흙마당을 만들었다.



3. 대문을 열면 마주하게 되는 풍경. 오후의 빛이 한옥을 더욱 아름답게 비춘다.



4. 한국 고가구와 유럽의 클래식한 가구가 놓인 이에나.



5. 한국 고가구와 유럽의 클래식한 가구가 놓인 이에나.



6. 이에나의 이주희 실장



7. 대문을 열면 마주하게 되는 풍경. 오후의 빛이 한옥을 더욱 아름답게 비춘다.



8. 나무 바닥을 깔아 더욱 조심히 써야 하는 한옥 꽃집 이에나



9. 나무 바닥을 깔아 더욱 조심히 써야 하는 한옥 꽃집 이에나





요리사 정창욱이 만난 뜻하지 않은 한옥차우기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심윤석


“한옥을 지으려면 규제가 참 많더군요. 예를 들어 도로에 접한 면의 2/3 이상은 한옥 담장이 있어야 한다. 창살 문양은 어떤 것을 써야 한다 등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미관상의 문제를 심의하고 규제하고 명령한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공간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힘들었습니다. 자본이 많다면 한옥

도 추천할 만하지만 저처럼 소규모 영업을 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한옥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써야 할 것이 아주 많아

본래 하려고 했던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정창욱이란 이름만으로도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그는 분명 성공한 요리사다. 형식과 겉치레를 싫어하고 셰프란 단어를 끔찍하 싫어해 요리

사라고 불러달라는 그는 재동 골목에 ‘젓가락으로 먹는 서양음식 차우기(이하 차우기)’란 식당을 냈다. 한옥으로 지은 차우기는 사실 뜻하지 않은 것이었

다. 건축물 대장도 없는 2세대 단층 주택의 터를 계약하고 철거하는 와중에 주춧돌이 발견되었는데 구청에 문의한 결과 그 터가 한옥 보존지역이어서 한옥

외의 건축물은 지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옥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 통보는 사실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돈도 많이 들뿐더러 구청

건축과에서 이래저래 개입을 하기 때문에 절차도 복잡했고, 구청 직원들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공사 중지 명령, 건축 심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밤잠을 설치

며 기다린 공사 기간이 끝나자 비로소 지금의 차우기가 되었다.
요리사 정창욱은 한옥이 무사히 완공되어 자신의 공간에서 요리를 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온풍기의 뜨거운 바람이 싫었기에 바닥엔 보일러를 깔았고 규제에 맞게 한옥을 지었으며 누가 봐도 예쁘다는 말이 나오는 한옥이지만 스스로 엉성한 한옥이



말하는 겸손한 요리사. 한옥에 대해 특별한 로망을 품고 있지도 않았고, 한옥에 평소 관심이 있던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한옥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정창욱에게 그 땅에서 발견된 주춧돌은 운명이었을까?
그는 지금 한옥에 적응하고 있다. 한옥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불편하

다고 마냥 투덜대는 것도 아닌 한옥이란 공간에 말 그대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그의 말들이 더욱 진심으로 느껴진다. 그의 요리처럼.


“제가 가봤던 한옥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은 어머니의 지인 분이 사시는 삼청동의 한옥이었습니다. 11자 칸의 한옥이라 널찍하고 숲에 둘러싸여 있었죠. 차우

기는 보시다시피 조금은 엉성하고 좁은 한옥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제 직장이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서 제게 한없이 소중한 공간입니다.”

1. 주춧돌이 발견되면서 한옥으로 지어 올려야 했던 차우기



2. 솔직한 요리사 정창욱



3. 테라스 공간도 있다.



4. 화이트 톤의 가구들을 매치해 한옥의 차분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패브릭 패턴 디자이너 임상미의 한옥으로 소통하는 공간 메릴리조이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심윤석


“메릴리조이에서 가장 예쁜 곳을 꼽자면 단연 외관이에요. 오직 국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부터 제품 완성까지 책임지는 브랜드지만 패턴이나 제품이 한국적

이진 않은 이중적인 색깔을 띤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지붕이나 기와 등을 보면 한옥이지만 안을 채우고 있는 제품이나 공간은 완벽히 서양

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반전의 묘미를 느끼셨으면 해요.”


경쾌한 이름의 ‘메릴리조이’는 임상미 실장과 그 외 디자이너들이 패턴 작업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관여하는 패브릭 브랜드다. 집 안 옥상 작업실부터 시내

의 쇼룸을 거쳐 창성동으로 오게 된 것은 정적인 성격의 임상미 실장 때문이었다. 한옥의 소소한 풍경이나 정적이며 조용한 느낌의 북촌마을에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무조건 한옥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창성동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지금 메릴리조이가 있는 공간을 보게 된 것이다. 바로 뒤에 붙어 있는 회사에 딸

린 독립된 한옥 공간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메릴리조이를 기점으로 왼쪽 골목과 오른쪽 골목이 갈린단 점이다.
그래서 정면에 서서 보면 메릴리조이는 바다

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보인다. 밖에서 보면 한옥인데, 안에 들어가면 한옥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적인 개조를 했다. 공간이 넓지 않음에도

뒤에 작업실도 마련했고, 앞에는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쇼윈도 공간도 확보했다.
외부에서 ‘여긴 뭐 하는 곳일까’란 궁금증을 갖게 하는 동시에 완전히

오픈된 쇼윈도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개방성을 지닌 메릴리조이는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공간이다. 이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한옥과 쇼윈도를 보고는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친구들이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곳이란 걸 단박에 알아차린다. 웅장하다거나 장식이 많진 않지만 소박한 듯 세련된 점이 한옥의 특징

인 것 같다는 임상미 실장의 생각이 그대로 옮겨진 공간이다. 한옥이 가진 고질적인 외풍과 추위는 끌어안고 가야 할 몫이지만 그 외에는 전혀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그녀는 한옥 자체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저는 메릴리조이가 ‘마당’ 같다고 생각해요. 마당은 집 안에서 어떤 일을 할 때 넓게 펼쳐서 일하기도 하고, 잔치가 펼쳐지는 장이기도 하는 등 쓰임새

가 다양하거든요. 지금 메릴리조이의 공간이 그런 것 같아요. 개인 작업실이 되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멤버들과 회의하는 미팅 장소가 되기도 하고, 한옥이

라는 점만으로도 홍보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하죠. 결국 이런 것들이 하나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1. 숍 곳곳에 바느질과 관련된 아이템이나 빈티지 아이템이 놓여 있다.



2. 메릴리조이의 제품들



3. 정적인 성격의 메릴리조이 임상미 실장



4. 외딴섬처럼 갈래길 가운데에 위치한 메릴리 조이





TIP

추천합니다! 한옥 플레이스 13

‘좋아요’ 버튼을 꾸욱 누르고 싶을 만큼 괜찮은 한옥 플레이스 열세 곳을 소개한다. 카페 겸 레스토랑 그리고 한옥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까

지 리스트 업했다. 한옥이 겨울에 좀 춥다지만, 깨끗한 영혼과 감성 충전을 위해서 발걸음을 씩씩하게 떼어보자. 에디터 정수윤 · 신진수


메종기와

작년 가장 핫한 한옥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며 <자갓 서베이>에도 소개된 메종기와는 액자 형태의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한옥과 짙은 컬러의 프레임과

유리 소재가 만나 한옥임에도 불구하고 이국적이란 느낌이 든다. 메종기와는 아주 넓지는 않지만 잔디와 대나무 등이 심어진 마당을 보면서 파인 프렌치 다

이닝을 즐길 수 있다. 정적이지만 차갑지 않은 분위기로 천천히 코스 요리를 음미하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독립된 사랑채 공간이 있어서 4명 정도의 인원이

테이블에 앉아 프라이빗하게 식사도 할 수 있다. 외국에서 온 손님과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 같은 한옥 레스토랑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91-38 문의 02-737-0955



북스쿡스

이렇게 한옥을 온전히 살려서 알뜰히 사용하는 곳이 있을까.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인 북스쿡스엔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대표가 소

개하는 엄청난 양의 요리책을 둘러볼 수 있고, 영국에서 직접 공수한 차를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세트는 북스쿡스의 시그니처 메뉴다. 차와 함께 곁들이

는 인기 많은 스콘도 직접 구워낸다. 한옥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 중정에는 오픈키친을 만들어 어디에서나 요리하는 활기찬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독서와

식사와 티타임이 모두 하나의 한옥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77-4 문의 02-743-4003


갤러리 가회동60

갤러리 가회동60은 작지만 동네 주민부터 외국인, 멀리서 찾아온 손님까지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갤러리다. 기획전과 초대전을 진행하는 갤러리로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한다. 번지수를 그대로 딴 이름도 재미나다. 네온사인이 켜진 영문의 가회동60이란 갤러리 간판부터 기와,

시원하게 통유리로 뚫린 외관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묘하게 어울린다.그 외관만으로도 어떤 전시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져 들어가보게 되는 갤러리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60
문의 02-3673-0585



만해당

종로구 계동 43번지에 위치한 ‘만해당’은 독립운동가이자 문인이었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던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오픈한 곳이다. 만해당에 머물며 불

교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던 한용운 선생의 거처로 꼭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북촌 일대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머물기에 좋다. 한옥과 불교가 주는 차분한 느낌

이 있어서 서울에 사는 이들이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들르면 좋을 것 같다. 만해당은 매실, 난실, 국실, 죽실 등 사군자의 이름을 딴 깔끔한 방과 마당

, 주방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 92-3
문의 070-4195-9630, www.oneandj.com



카페 하품

카페 하품의 하품은 졸릴 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품다’의 준말이다. 한옥을 개조한 아담한 카페로 평소 한옥이나 다락방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가볼 만하다. 깔끔하고 모던한 한옥이라기보다는 마당도 있고, 공사한 흔적도 엿보이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다. 서촌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카페지만 일부

러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고. 커피, 아포가토, 피스타치오 라떼 등 일반적인 카페 메뉴를 선보이지만 하품의 느낌처럼 푸짐하고 포근한 분위기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 118번지
문의 02-733-1180




카페 무이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며 차 한잔하고 싶다거나 소규모의 파티나 브라이덜 샤워 같은 기념적인 날을 한옥에서 보내고 싶다면 카페 무이를 추천한다. 이곳은

분명 작은 공간이지만 한옥의 대문을 손질해 만든 커다란 원 테이블과 레이스나 꽃을 활용한 데커레이션 등이 따뜻함을 주는 카페다. 밖에서 보면 한옥임을

알 수 있는 기와나 담장 등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일단 카페에 들어서면 한옥을 개조했음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파티 플래너를 겸하고 있는 이곳 대표

의 감각적인 손길이 묻어나 한옥도 로맨틱해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 10-1 문의 02-766-8184




히든 스페이스

안국동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골목에 위치한 히든 스페이스는 갤러리 겸 카페다. 보통 한옥은 좌식 생활에 어울리는 공간이지만 히든 스페이스는 개조를 해

모두 입식으로 생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금속 공예가인 김재영 교수는 사각 마당을 중심으로 주로 공예 작가의 전시가 이뤄지는 갤러리와 카페, 금속 공예

공방을 기획했다. 카페 메뉴는 한국적인 것에 충실해 여름엔 시원한 오미자차와 팥빙수, 겨울엔 따뜻한 단팥죽이 인기며 내부엔 디자인 아이템을 판매하는

아트숍을 겸하고 있다. 마당에서 벼룩시장을 여는 등 재미난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숨어 있지만 한번 발걸음을 하면 다시 찾고 싶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7-15
문의 02-732-5060, www.hiddenspace.com


아름지기 함양 한옥

아름지기재단에서 운영하는 함양 한옥은 한옥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한 아름지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국동 한옥과 마찬가지로 전통 살림집

을 개보수해 한옥 문화 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상남도에 위치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긴 하지만, 주변의 지세와 풍세를 최대한 살려 복원한 고택이고

커다란 너럭바위와 갖가지 수목들이 한옥을 지키고 있어 들러 가는 곳이 아닌 가족 여행의 목적지로 삼아도 좋을 만하다. 예스러운 한옥의 멋과 실용성을 절

충시킨 공간으로 안채와 사랑채로 나누어져 있지만 안채와 사랑채의 전체 대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소 경상남도 함양군 서햐면 봉전리 179번지
문의 055-963-8798
(예약 문의 02-741-8373)


마켓엠 레지던스


마켓엠 레지던스는 마켓엠에서 주최하고 있는 한옥 프로젝트다. 예약을 한 후 15평 정도 되는 한옥 독채를 이용할 수 있는데 마켓엠의 가구와 소품들로 생활

공간을 꾸몄다. 전통적인 방법과 자연을 고려해 지은 한옥과 내추럴리즘을 지향하는 마켓엠의 제품들이 잘 어울리는 레지던스다. 15평의 한옥 독채는 안방 1

개, 주방 1개, 화장실 1개와 마당으로 이뤄져 있고 최대 입실 인원은 4명이다. 아이가 있다면 도심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한옥을 체험할 좋은 기회일 듯

하다.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특히 더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하니 염두에 둘 것.

문의 02-3141-4769, help@market-m.co.kr


원앤제이 갤러리 한옥


가회동 성당 맞은편에 있는 원앤제이 갤러리 한옥은 박원재 대표가 운영하는 원앤제이 갤러리의 연장선상 격으로 전통 한옥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오픈했으

며 떠오르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미술계 최초로 젊은 작가를 발굴해 전속 체제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세계

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페어 중 하나인 아르모리 뉴욕에 참가하기도 했다. 동서양이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폭넓고 수준 있는 전시를 보기 원했던 사

람이면 가볼 만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30-1

문의 02-745-1644


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

우리로 치면 김씨와 이씨만큼이나 흔한 성인 스미스도 좋아하는 한옥. 이곳은 화덕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화덕 피자의 가장 기본인

마르게리탄 피자, 각종 해산물을 넣은 나폴리안 피자, 모차렐라와 베이컨, 시금치, 리코타 치즈를 넣은 로마나 피자 등이 화덕에서 갓 구워져 나온다. 디자

인 가구로 꾸민 내부는 한옥의 정취와 현대적인 감수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삼청동 가는 길의 금호미술관 옆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미술관 옆 한옥

레스토랑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2-1
문의 02-722-7003


류가헌

회색 벽돌 외관과 사진 작품이 걸린 쇼윈도. 사진 위주의 한옥 갤러리 류가헌의 바깥 풍경이다. 한옥과 좁은 골목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통의동에 위

치한 류가헌은 1940년대의 한옥을 고쳐 만들었다. 기와지붕을 맞댄 한옥 두 채를 사용하고 있는데 오른쪽 집이 전시 공간이다. 이한구 실장은 미닫이문만 열

면 거대한 회랑으로 변하는 한옥의 개방성에 매력을 느껴 지금의 류가헌을 얻었고, 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얼마 전에 끝난 북페어처럼 다른 전

시가 열리기도 하지만, 류가헌의 기본 정신은 사진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진 중심의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10
문의 02-720-2010



공간 서가. 공간 한옥

공간 그룹에서 지난해 공개한 공간 서가와 공간 한옥은 원서동의 공간 사옥 안에 있다.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에게 공간 사옥 한편에 있는 한옥의 개보수를

의뢰했다가 인연이 닿아 공간 서가도 함께 오픈하게 됐다. 내촌목공소 문패도 달고 있는 공간 한옥에는 이정섭이 만든 비례미가 뛰어난 가구가 놓여 있으며

공간 책방 1호점인 공간 서가는 과월호 <공간> 잡지를 비롯한 좋은 책과 이정섭 작가의 가구도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 219번지 공간 사옥
문의 02-747-8189

포토그래퍼 신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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