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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May

Function&Taste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5-04, 09:38:59 조회 수: 11415

텍스타일 디자인을 공부한 집주인이 리모델링을 앞두고 원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수납공간이 많고 폐쇄적인 주방일 것, 평소 좋아했던 그래픽 디자이너 산드라 이삭슨(Sandra Isaksson)의 벽지를 집 안에 마음껏 사용할 것. 이 두 가지 컨셉트가 나란히 공존하는 28평 아파트를 소개한다.

집을 리모델링할 때 기능을 전제로 굵직하게 형태를 잡아가는 일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몫이라면 공간을 세공하는 데커레이션에 강한 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다. 그래서 그들의 공간에 대한 기대치는 비주얼과 기능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 이예루미 씨의 집이 그런 경우다. 영국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공부하고 가족과 함께 돌아와 새집을 갖게 된 그녀. 패브릭을 보는 안목은 말할 것도 없고 취향이 확실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입체적인 공간에 풀어놓기 위해선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가 하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용환 실장의 경우, 대형 상업 공간, 빌라, 주택 위주의 선 굵은 프로젝트들에 참여해왔지만 섬세함을 요하는 스타일링에는 한계를 느껴왔다. 한국, 영국으로 이어진 인연을 간직한 이들은 지금껏 서로 코드가 잘 맞는 지인 사이에 불과했는데 이 집의 리모델링을 계기로 직업상의 파트너가 된 거다. “작은 집, 오래된 아파트의 리모델링일수록 기본 구조나 예산에서 오는 한계가 많아요. 하지만 그 숙제들을 다양한 옵션을 찾아내가며 풀고 마침내 디자이너로서 일관된 컨셉트를 지켜냈을 때가 가장 보람있더라고요.” 요즘은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접할 기회가 많은 주거 공간 디자인이 더 재미있다는 신용환 실장. 한편 집주인이자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을 맡게 된 이예루미 팀장, 그녀의 공간은 30년 넘도록 한 번도 리모델링을 거치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였다. 그녀에게는 그간 애지중지 모아온 북유럽 가구와 조명, 아트 포스터 등을 새 보금자리에 어떻게 풀어놓을까가 행복한 고민이었다면, 디자이너에게는 좁은 면적에서 어떻게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한정된 예산 안에서의 해결 방법은 현명한 취사 선택. 이들은 개인 방보다 손님이 드나드는 주방과 거실을 위주로 디자인하는 것에 합의했다. 침실은 그저 주인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니까 말이다. 집주인은 두 살배기 딸아이와 매일매일의 정리 정돈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부로부터 다소 폐쇄된, 그리고 수납이 풍부한 주방을 원했다. 프로젝트명 ‘매스 키친(Mass Kitchen)’이 의미하듯 한 달간의 고민 끝에 나온 디자이너의 결론은 커다란 덩어리 형태의 주방이었다. ㄷ자 형태로 상  하단을 모두 거대한 수납공간을 갖춘 주방은 현관에서부터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선반을 지닐 뿐 아니라 주방의 아일랜드 바, 싱크대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타일리스트로서 솜씨가 발휘된 공간은 거실이다. “오래전부터 새집이 생기면 꼭 사용하고 싶었던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산드라 이삭슨의 레트로풍 패턴 벽지였어요. 현관에서부터 거실까지 공간을 힘있게 이어가다가 거실 안쪽 벽에 이르러서는 회색 뉴트럴 벽지로 시야를 쉴 수 있게 했지요.” 집 안의 모든 마감재는 매트한 표면을 지니고 있는데, 이건 이예루미 씨가 소장한 빈티지 퍼니처들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패턴이 강한 집 안 분위기를 부드럽게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그녀는 고급 의류 매장에서 플로어링에 많이 사용하는 수입 원단을 이용해 커다란 쿠션을 만들고, 상업 공간이나 야외용으로 제작된 조명들을 집 안에 과감하게 들였다.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로서 고정관념을 깨어보려고 시도한 이런 아이디어들은 기능과 구조, 비주얼의 삼박자가 균형을 이룬 공간에서 어색함이나 불편함 없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시폰 드레스에 라이더 재킷을 입은 듯한 위트가 있는 집이었으면 했어요.” 이예루미 씨는 집주인으로서도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서로 다른 듯 섬세하게 잘 맞아떨어졌던 이 두 사람의 첫 파트너십은 꽤 성공적인 결실로 남았다. 디자인 및 시공 노르딕 브로스(070-8225-0067, www.nordicbrosdesign.com)


산드라 이삭슨의 그래픽 패턴 벽지는 브랜드 이삭(Isak)의 모델명 노바 미스트(Nova Mist) 월페이퍼. 벽면 선반은 네덜란드 빈티지이며, 사이드 보드는 모벨랩에서 구입. 바닥의 경우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 장판에 맞게 설계된 배관 시스템이었는데 디자이너는 효율적인 난방을 고려해 우드 바닥재 대신 피타일을 깔았다.


이 집의 주인이자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한 이예루미 씨는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폐쇄적이며 수납의 기능이 풍부한 주방을 원했다. 이에 대한 디자이너 신용환 실장의 솔루션은 커다란 덩어리 형태 주방이었다.


1 패브릭, 마감재의 선택 역시 이 집에서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거실 한편을 차지한 옐로 컬러 쿠션은 고급 의류 매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스웨덴의 우븐 비닐 플로어링 브랜드 볼론(Bolon)의 패브릭을 인도어용으로 응용한 것이다. 바닥재용으로 제작된 만큼 두께가 두껍고, 나일론 재질이라 표면이 매끄럽다. 펜던트 조명은 포그&모르(Fog&Morup) 제품으로 집주인이 영국 유학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다.
2 벽 한 면 전체에 수납공간을 짜 넣고, 나머지 공간은 덩치 큰 가구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할애한 침실의 모습. 팝업 거울이 달린 화장대는 덴마크 빈티지 제품이며, 커튼은 마리메꼬의 패브릭으로 직접 만들어 커튼봉 없이 레일 방식으로 시공했다.
3 모든 가구에 힘을 준 건 아니다. 소파는 무난하고 편안한 것이면 족했다. 그레이 소파는 씨씨브랜드 제품으로 10만원대의 저가로 구입했다. 가벼워서 꺼내 쓰기 편리한 티테이블은 가리모쿠 제품. 소파 위 동물 인형은 리넨과 코튼 소재로 아이를 위해 이예루미 씨가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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