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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Apr

헬라 욘게리우스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4-17, 09:25:03 조회 수: 15193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더치 디자인의 중심에 있는 여성 디자이너 헬라 욘게리우스. 그녀는 수공예적인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접점을 찾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귀결시켜 나간다. 그 연구 끝에 탄생한 헬라 욘게리우스의 디자인은 텍스타일과 세라믹, 가구 디자인을 통해 선보이고 있으며 수공예가, 컬러리스트, 예술가라고 불릴 만큼 매우 독창적이고 섬세하다.


Hella Jongerius(1963~)

그저 예뻐서 뭔가에 홀렸던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헬라 욘게리우스의 애니멀 볼 시리즈가 그랬다. 하얗고 섬세한 그릇 위에 새침하게 앉아 있는 꽃사슴이라니!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토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딱히 없었다. 정말 예뻤으니까! 그. 런. 데 ‘대체 누구야?’ 직업병이 발동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헬라 욘게리우스였다. 1963년 네덜란드 유트레흐트 출생. 그녀에 대한 수식어는 수공예가, 컬러 전문가, 예술가 등 분분하지만 정작 본인은 ‘디자이너’라고 정의를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1993년 아인트호벤 아카데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졸업한 헬라 욘게리우스는 1990년대 네덜란드 디자인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 드룩(Droog)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룩은 그 당시 디자인 재료로 고려하지 않던 값싼 산업용 자재와 폐목들, 버려진 재활용품 등으로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 작업을 선보이며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소개해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드룩은 갓 대학을 졸업한 욘게리우스를 선택했고, 드룩과의 협업이라는 행운을 거머쥔 그녀는 폴리우레탄 재질의 소프트 바스매트(Soft Bathmat, 1993)를 디자인한 뒤 역시 같은 소재로 작업한 소프트 베이스(Soft Vase, 1994)를 발표하며 드룩의 대표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1990년대를 지나며 이른바 ‘더치 디자인’ 시대의 중심에 서게 된 헬라 욘게리우스는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관찰력, 뛰어난 색채감에 수공 장인 기법을 응용해 그녀만의 디자인 세계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2000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 프린스 앤 프린세스(Prince and Princess)와 자이언트 프린스(Giant Prince)는 동양의 청화 백자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유약을 바르기 전 밑그림에 구멍을 뚫고 그것을 실리콘 고무로 연결하여 마치 도자기 위에 자수를 놓은 듯한 효과를 주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수공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2004년에는 독일의 도자기 회사인 님펜부르그(Nympenburg)와의 협업을 통해 애니멀 볼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이 작업 역시 오랜 세월 숙련된 도자 장인들의 테크닉과 그녀의 디자인 언어가 함께 녹아들어 탄생한 테이블웨어 시리즈이다. 단순히 그릇 위에 프린트한 쉽고 흔한 디자인 제품이 아니라 입체로 만들어진 하마, 꽃사슴, 달팽이 등의 동물과 곤충이 그릇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역시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안다고 했던가? 욘게리우스의 작업은 실제로 한 번쯤 갖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그녀는 디자이너이자 컬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업을 발표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2005년 <쾰른 가구 박람회>에서는 아이디얼 하우스(Ideal House)를 통해 기존의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입체적인 컬러의 사용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비트라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폴더 소파(Polder Sofa, 2005)는 한 가지 소파에 여러 가지 소재의 패브릭을 사용하고 여기에 미묘한 컬러 톤으로 변화를 주어 미니멀한 형태에 또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 대표적인 작업이다. 최근 들어 욘게리우스는 그녀의 재능을 ‘윤리적 디자인’을 위해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이케아(IKEA, 2009)와의 협업을 통해 인도의 여성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욘게리우스는 일정 기간 지역 여성들에게 러그를 제작하는 수작업 훈련을 시킨 뒤 이것을 이케아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그녀들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욘게리우스의 디자인과 인도 여성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착한 디자인 제품을 전 세계인들이 이케아 매장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욘게리우스는 프랑스의 디자인 갤러리인 크레오와의 전시(Gallery Kreo Paris, Natura Design Magistra, 2009), 스페인의 디자인 슈즈 회사인 캠퍼(Camper Spain, 2009)와 나이키(Layers on Nike and Maharm Limited Edition, 2009)와의 협업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그녀의 디자인 영역을 넓혀갔다. 그리고 2011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바로 네덜란드 국제연합기구 내에 있는 외교통상부(UN, Netherlands)의 라운지 리디자인이 그것! 앞부분에 바퀴가 달린 편안한 라운지 체어는 비트라에서, 라운지 내부의 커다란 창문 전면에 드리운 도자기 소재의 비드는 티첼라흐 마쿰(Tkchelaar Makkum)에서 생산했다. 이 역시 숙련된 기술자와 장인 그리고 그녀의 디자인이라는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만들어진 공간으로 기존의 정부 기관이 주는 권위적이고 딱딱한 모습에서 탈피했다. 기존의 틀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망설임이 없는 헬라 욘게리우스의 디자인은 일상의 소소한 디자인부터 생활에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와 이야기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자료협조 비트라(02-545-0036) | 헬라 욘게리우스(www.jongeriuslab.com)




Annette Hauschild
매력적인 패브릭 위에 자수를 놓고 다른 장소로 옮길 수 있는 뜨개질 손잡이를 단 비트라의 보비스트(Bovist)


스페인의 신발 브랜드 캠퍼와의 콜라보레이션


(c)Jongerius lab
Project UN Lounge
Location Netherlands
정부 기관이 주는 권위적이고 딱딱한 모습에서 탈피한 네덜란드 UN 외교통상부의 라운지 리디자인 프로젝트. 바퀴가 달린 편안한 라운지 체어는 비트라에서, 커다란 창문에 드리워져 시적인 느낌을 주는 비드는 티첼라흐 마쿰에서 생산했다. 현대적이면서도 섬세한 분위기다.


동경에 있는 멀티 편집숍 시보네를 위해 진행했던 싯포 플레이트(Shippo Plates)


Product Polder Sofa
Manufacture Vitra
비트라에서 생산하는 폴더 소파는 미니멀한 형태에 미묘하게 다른 톤의 컬러 패브릭을 매치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헬라 욘게리우스의 모던한 디자인과 섬세한 컬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디자인 작업 중 하나


(c)Gerrit Scheurs
티첼라흐 마쿰에서 생산한 컬러드 베이스(Coloured Vase)


(c)Gerrit Scheurs
수공예적인 느낌이 섬세한 꽃병은 이케아와의 콜라보레이션


Product Animal Bowl
Manufacture Nympenburg
애니멀 볼 시리즈는 평면과 입체적인 작업이 만난 디자인으로 하마, 꽃사슴, 달팽이 등의 동물과 곤충이 하얀 그릇 위에 새초롬히 올라가 있다. 독일의 도자기 회사인 님펜부르그를 위해 디자인한 것으로 도자 장인들의 테크닉과 헬라 욘게리우스의 디자인 언어가 조화를 이룬 작품.

에디터 정수윤
강승민(aA디자인뮤지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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