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문서

04

2012-May

스위스 현대미술을 만나다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5-04, 09:40:58 조회 수: 11613

스위스는 세계 미술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트 바젤이 매년 6월에 개최될 정도로 미술 강국이다. 하지만 사실 스위스 자체의 미술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해본 바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차마 인식하지 못했을 뿐, 스위스는 자코메티, 피필로티 리스트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을 줄곧 배출하며 세계 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어왔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현시점, 스위스 현대미술의 흐름을 탐색해본다.

알프스로 대변되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관광 대국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스위스가 아트 강대국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이자, 전 세계에서 거물급 컬렉터와 미술계 인사들이 모여든다는 현대미술 시장의 지표, 아트 바젤이 스위스 바젤에서 매해 개최되는 것을 비롯하여, 2009년 아트 리뷰에서 선정한 ‘미술계 영향력 1위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現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가 스위스 출신이며, 미디어 아티스트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페터 피슐리&다비트 바이스(Peter Fischli & Davis Weiss) 팀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스위스에서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으니, 세계 미술계에서 스위스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와 그 저력은 우리가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을 뿐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미술계에 대한 스위스의 이 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과거로 거슬로 올라간다. 현대미술에 있어 유럽 전역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아방가르드 운동인 ‘다다이즘’의 발상지가 바로 스위스 수도 취리히였으며, 20세기 건축 디자인사의 획을 긋는 독일 바우하우스 운동의 주축을 이룬 인물 역시 스위스 출신의 작가 파울 클레(Paul Klee)와 한네스 마이어(Hannes Meyer)를 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스위스는 이 밖에도 자코메티, 장 탱글리, 르 코르뷔지에, 막스 빌 등 20세기 미술, 건축 및 디자인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들을 끊임없이 배출해냈다.
하지만 사실 스위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4개국과 인접해 있어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것을 비롯하여 과거 세계대전으로 인한 유럽 예술가들의 대거 이주 등으로 문화적 정체성이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띠곤 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위스는 자국의 독립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1939년, 2차 세계대전 말에 ‘스위스예술 위원회 프로 헬베티아(Pro Helvetia)’를 설립하여 자국 예술가들의 창조활동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예술정책 논의와 실행에 대한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스위스예술위원회 프로 헬베티아는 오늘날에 이르러 더욱 체계화된 시스템과 막강한 정보력으로 자국의 현대미술가들을 지원하고 배출해내는 효과적인 기관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 예로 자국의 예술활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파리, 카이로, 뉴욕 등지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지원사업을 폭넓게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에 발맞춰 스위스에는 1980년대 말부터 취리히에 하우저&워스(Hauser & Wirth)를 비롯한 다수의 갤러리와 쿤스트하우스 취리히, 미그로스 뮤지엄(Migros Museum) 등의 미술관과 대안공간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스위스 내부에 갖가지 미술 인프라가 완벽하게 자리를 갖추기 시작하니 스위스 작가들은 해외 이주를 점차 축소하고, 그들의 활동영역을 자국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스위스는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프로그램으로 프로 헬베티아의 ‘Collection Cahiers d’Artistes’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1997년에 발족된 이 프로그램은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의 도록 발간을 지원하고 국내외에 소개하고 있는데, 스위스 현대미술의 최근 기류를 대표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입증된 경로로, 따라서 이곳에서 선정된 작가들은 해외 미술관과 기관들의 주목 대상이 되곤 한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는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이곳 프로 헬베티아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작가들 중 몇 명을 선정하여 을 개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스위스 현대미술의 주역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자연이라는 개념이 작가들의 해석을 통해 어떻게 작품 속에 투영되는가를 조명하며, 스위스 현대 작가들 중에서도 자연에 대한 탐구와 접근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야말로 모처럼 스위스 현대미술의 단면을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 전시는 4월 21일까지.
문의 www.songeunartspace.org

















<Reflections from Nature:
스위스 젊은 작가전>에서 만난 스위스 현대미술 작가들


그레고리 샤퓌자(1972~), 시릴 샤퓌자(1976~)는 스위스 제네바 출신으로 공동작업을 하는 형제 작가. 2009년도 프로 헬베티아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팀으로 활동하는 샤퓌자 형제는 주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목재와 같은 재료들로 공간을 탐구하는 건축적인 조형 설치 작품들을 선보이며, 전시장 안팎을 넘나들며 공간 및 장소성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미로 같은 통로를 탐험하게 함으로써 장소와 시각의 전이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들 작업의 특징.

에이드리안 미시카(1981~)는 파리 태생이나 주로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하며 사진, 드로잉, 비디오, 설치에 걸쳐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미시카의 작업은 ‘이미지를 지각하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며, ‘실재’와 ‘실재를 근거로 만들어진 이미지’ 간의 격차, 그리고 인식 주체가 만들어내는 환상과 기대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허상에 대해 주목한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간극의 차이를 주목하는 것을 배경으로 일상에서의 자연 풍경, 현상 등의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모색한다.


뤽 오보르(1971~)는 스위스 북서부에 위치한 라 쇼드퐁에서 출생했으며 현재 스위스 로잔에 거주하며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도 프로 헬베티아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선정 작가로, 물질과 형태에 대한 탐구와 사유의 흐름을 제시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물성(物性) 자체는 그것을 이루는 오브제의 근간이자 문화를 함유하는 대상이다. 버려진 가구의 일부분 혹은 주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모든 오브제가 작가에게 소통의 매개체이자 사물의 본질에 대한 관념적인 사색의 경로가 된다. 작가는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된 물성에 색을 덧칠하거나 아상블라주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조합과 맥락을 만들어 또 다른 물성을 창조해낸다.

프란치스카 푸르터(1972~)는 스위스 취리히 출생으로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작업하고 있으며 2008년도 프로 헬베티아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흑연 드로잉, PVC 조각 등의 작업을 해왔으며 주로 자연, 코믹 만화, 영화나 인터넷 등으로부터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새로운 시각과 환영을 제시한다. 최근에 작가는 폭풍, 기류와 같은 기상학적인 용어를 전시 주제로 삼아 기다림, 정지와 같은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Production House 전예진주임 2012-05-14 11350
102 Garden on Trial 전예진주임 2012-05-14 12264
101 통하는 비타민 전예진주임 2012-05-14 12828
100 관능과 위트의 황금비율 전예진주임 2012-05-14 12377
99 Fairy Tails for All 전예진주임 2012-05-14 11437
98 Simple Pleasure 전예진주임 2012-05-04 10868
97 New Arabian Nights in Abu-Dhabi 전예진주임 2012-05-04 10855
» 스위스 현대미술을 만나다 전예진주임 2012-05-04 11613
95 도장에 대한 별별 궁굼증 전예진주임 2012-05-04 10894
94 존 케이지+백남준=x_sound 전예진주임 2012-05-04 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