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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May

존 케이지+백남준=x_sound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5-04, 09:40:02 조회 수: 10617

현대가 낳은 거장 아티스트 존 케이지와 백남준의 과거 역사적인 만남이 오늘날 사운드 아트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일반과는 차원이 다른 비범함과 실험정신으로 넘쳐났던 존 케이지와 백남준의 환상적인 교감이 남긴 잔향과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파장을 경험할 수 있는 현장 전을 찾아서.

올해는 말 그대로 위대한 아티스트, 백남준의 탄생 80주년이자 존 케이지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이 뜻깊은 해를 기리기 위해 과거 존 케이지와 백남준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낸 지대한 업적을 한자리에 펼쳐 보였다. 전시의 이름하여 . 여기에서 ‘x_sound’는 미지(x)의 소리이자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몰아내는(ex-pel) 소리, 확장된(ex-panded) 소리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이같이 더 이상 단순한 소리로만 머물 수 없는 소리를 끊임없이 탐구해온 존 케이지와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이 둘의 특별한 예술적 인연을 천착해본다. 아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존 케이지와 백남준은 과거 서로에게 자극을 선사하며 수많은 작업을 펼쳐왔다.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가가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는 ‘4분 33초’라는 곡으로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존 케이지가 1960년대에 전개한 실험들과 그 특유의 선(禪)사상은 백남준에게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일본과 독일에서 현대음악을 공부한 백남준은 케이지의 실험에 큰 영감을 받아, 그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동시에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로 소리에 대한 실험을 확장해 나갔다.

거대한 백남준아트센터를 무대로 크게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이’, ‘TV 정원’, ‘백남준이 말하는 존 케이지, 존 케이지가 말하는 백남준’, ‘장치된 피아노 VS. 총체 피아노’, ‘미디어를 통한 사운드의 확장’의 다섯 섹션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존 케이지와 백남준이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발전시킨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과 과거 그들이 함께 펼쳤던 진귀한 퍼포먼스 현장의 기록을 비롯하여 존 케이지와 백남준의 뒤를 잇는 현시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사운드 설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에서는 백남준의 존 케이지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강하게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1958년 청년 백남준이 작곡한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로 시작해서 1992년 케이지의 서거 소식을 듣고 제작한 ‘귀거래 부채’에 이르기까지, 백남준은 각각의 작품에 케이지와의 인연을 의미 깊고도 따뜻하게 풀어내는 듯했다. 또 ‘백남준이 말하는 존 케이지, 존 케이지가 말하는 백남준’에서는 백남준의 목소리와 글로 진실하고 심도 깊게 케이지를 다룬 것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사실 1960년대 한국과 일본에 존 케이지를 알리고자 가장 애썼던 사람은 백남준이었다. 이토록 존 케이지의 예술과 그의 사상을 이해하고 사랑한 백남준의 행보는 백남준을 진심과 애정으로 대한 케이지와의 예술적 교감으로 어우러지며, 세상에 둘도 없는 소통의 결과물을 남긴 듯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존 케이지의 ‘장치된 피아노(Prepared Piano)’와 백남준의 ‘총체 피아노(Klavier Piano)’를 동시에 비교 감상하기. 존 케이지는 그의 의지대로 변형 제작한 이른바 장치된 피아노를 위한 곡을 작곡하며 그만의 급진적 예술 세계의 시작을 세상에 알렸다. 이런 케이지의 피아노는 원상 복구가 가능한 약간의 변형이었는데, 이에 비해 백남준이 1963년에 선보인 ‘총체 피아노’는 피아노의 완전한 변형과 파괴에 가까운 것이었다. 같은 듯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두 거장의 피아노, 색다른 형태와 개념, 음색을 지닌 피아노를 손수 창조해내며 기존의 음악에 대한 정의에서 벗어나 사운드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이 두 거장의 과감한 시도는 단연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시의 감동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예술이 더 이상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관조하는 시각의 전유물이 아니기를 바랐던 백남준의 이념처럼 이번 전시는 관객들의 오감을 일깨우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존 케이지의 피아노를 직접 쳐보고,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작업에 등장하는 등, 이 같은 관객들의 참여는 케이지와 백남준 작품의 일부가 되면서 새로운 의미와 사운드를 창출해냈다. 역시 사운드 이상의 사운드, 소리 이상의 소리를 탐색해온 거장다운 전시 피날레였다. 한편 이번 전시의 연장으로 마련된 현대 작가들의 사운드 설치 작업들은 존 케이지와 백남준이 이룩해놓은 역사를 바탕으로 역시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맥락, 새로운 감각과 만나 또 다른 공명을 그려내고 있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작가인 하룬 미르자와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작가로 선정된 안리 살라, 2010년 터너상 수상 작가인 수잔 필립스 등의 독보적인 작업들은 단순히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만들어내는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긴장, 소리가 수학적 질서와 우연을 넘나드는 방식, 공간-소리-신체의 관계에 대한 예민하고도 색다른 탐색을 선사하는 듯했다.
3월 9일~7월 1일. 백남준아트센터 1, 2층 전시장 및 아트센터 뒷동산. 문의 031-201-8512


1 백남준의 ‘TV 정원’. 정원 곳곳에 식물처럼 심어진 텔레비전 모니터에서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글로벌 그루브’가 흘러나온다.
2 백남준아트센터는 다채로운 동선을 걸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3 존 케이지의 ‘장치된 피아노’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과거 케이지가 행했던 것처럼 피아노의 현에 나사, 못, 대나무, 플라스틱 조각 등을 끼워 넣고 연주한다.


1 미디어를 통한 사운드 확장 섹션. 하룬 미르자, 김기철 등 현대 작가들의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 백남준의 총체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라디오에서 소리가 나고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등 각종 장치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3 오토모 요시히데와 야수토모 아오야마의 작품 ‘위드아웃 레코드’.


1 유코 모리의 ‘오프나 플라워 센터.’
2 김기철의 작품 ‘소리 보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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