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문서

31

2012-May

콜로니얼 문화 향기 가득한 신천지, 그라나다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5-31, 09:19:01 조회 수: 10393

16세기에 세워진 스페인 식민 도시 니카라과 그라나다(Nicaragua Granada)는 중앙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콜로니얼 타운이다. 니카라과 여행을 대표하는 이곳의 도심 곳곳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들이 보물처럼 숨어 있다. 여행자들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도시에서 문화적 매력과 예술적 향기, 소박한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끽할 수 있다.


라 메르세드 교회 종탑에서 내려다본 그라나다 도심 중앙의 소박한 거리 모습. 마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칼사다 거리의 끝에서 바라본 과달루페 교회의 늠름한 모습.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에서 치열했던 지난날의 인고가 느껴진다

1 인디오 화풍의 작품이 걸려 있는 트란비아 레스토랑의 내부
2 그라나다의 대표적 콜로니얼 부티크 호텔인 라 그란 프란시아 호텔의 실내 수영장과 고풍스러운 벽화
3 잘 닦여진 그라나다 중심의 메인 스트리트인 라 칼사다 거리. 그라나다 대성당과 니카라과 호수 사이를 연결한다
4 그라나다 도심을 활보하는 마차. 콜로니얼 역사를 가득 담은 도심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5 벽화 아래 앉아있는 여성노인의 모습

이 작은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태양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는 4월. 반대편에 있는 카리브해 특유의 강렬함이 자극적으로 다가왔을까. 수도 마나구아에서 타고 온 버스는 메인 버스터미널이 아닌 도심의 군데군데에 승객들을 하나 둘씩 떨구고 있었다. 인구는 11만 명에 불과했지만 도심 중앙로는 한낮의 행인들과 행상인들이 한데 뒤섞여 북적거리는 도시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연보랏빛과 하늘색 톤으로 칠한 가옥의 벽면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고 중세의 교회 건물은 거무튀튀한 모습으로 세월의 영겁을 담고 있다. 다소 거무스레한 피부의 젊은 여성들이 길가의 가판대에서 소박한 미소를 지으며 일종의 튀긴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중미의 국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이다. 말발굽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관광객들을 태운 마차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어 중세풍의 도심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린다. 거리를 거닐며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소박한 삶이 이렇게 생생하게 드러날 줄이야. 문을 활짝 열고 목재로 만든 흔들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할머니의 모습은 집 안의 손때 묻은 장식물들과 함께 꾸미지 않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그렇다. 그라나다에는 꾸미지 않은 도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오늘날 이런 여행지를 찾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도시들이 몸에 맞지 않는 옷으로 치장하고 자랑하듯 서 있는가. 하품하는 갓난아기를 들어올리며 보여주는 아낙네의 눈동자는 세상 모든 엄마들의 정결한 눈동자와 다름없다. 혼자 힘으로 도저히 들 수 없을 것 같은 커다란 광주리에 파인애플, 바나나, 가지, 토마토 등을 가득 담은 채 골목 한편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젊은 여성의 모습에선 삶의 고단함보다는 가공되지 않은 도시 일상의 신선함을 자아낸다.

중미 여행의 신천지로 자리매김하는 니카라과 그라나다
중앙아메리카에 자리한 니카라과는 우리에게 익숙한 여행지는 아니다. 지리적으로 먼 탓도 있지만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멕시코나 과테말라에 비해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세계 주요 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던 이 나라의 1970~80년대 정치적, 사회적 불안은 어느덧 뒤로 물러났다. 평화와 안정의 시기가 찾아오면서 늘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에게 니카라과는 입소문을 통해 신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 중에는 새로운 변화를 맞은 이 나라의 현재 모습을 보기 위해 찾는 나이 많은 여행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곳을 둘러보니 니카라과는 중남미의 여느 곳 못지않게 평온한 분위기 속에 리드미컬한 일상이 넘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콜로니얼 타운의 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니카라과 내전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자면 이렇다. 미국의 원조를 받던 독재 권력이 무너지고 1979년 좌익 정권이 들어서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옛 소련은 좌익 정권을 지원하고 미국은 우익 성향의 반정부 게릴라를 지원하여 양측이 끊임없는 전투를 벌인 결과 막대한 사상자와 함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 당시 무고한 민간인 피해자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색적인 하룻밤을 선사하는 콜로니얼 부티크 호텔
니카라과의 대표적인 여행지이자 오랜 역사를 지닌 고도, 그라나다는 인구 약 11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1524년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세워진 이 도시는 아메리카 대륙에 세워진 유러피언 도시 중 하나였다. 식민 시대의 유산으로 가득한 그라나다 도심은 아담하여 걸어 다니며 둘러보기에 좋다. 도심 중앙에는 망고 향이 가득한 중앙 공원(Parque Cntral)이 자리한다. 니카라과에만 서식하는 붉은 꽃이 화사한 말린체(Malinche) 나무의 그늘 아래서 휴식과 담소를 즐기는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공원 옆에는 그라나다 중심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그라나다 대성당(Cathedral)이 있다. 20세기 초에 세워진 옅은 황토빛의 이 성당은 4개의 채플로 이루어져 있어 인구의 95%가 가톨릭 신자인 주민들에게 영혼의 안식처 역할을 제공한다.
대성당 맞은편에는 네오클래식 건축미를 보여주는 가톨릭 대주교의 옛 주택인 팔라시오 에피스코팔(Palacio Episcopal) 건물이 자리한다. 이 건물 북쪽에는 ‘사자의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독립광장이 자리하는데, 과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역사적 기운이 서려 있다. 공원과 호수를 잇는 칼사다 거리(Calle La Calzada)에는 여행자들이 즐길 만한 깔끔하고 세련된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몇몇 아트 갤러리와 아틀리에가 자리하는데, 감수성이 풍부한 니카라과인들이 사랑하는 시적 리듬을 담은 강렬한 색채의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다소 원시적이고 거칠지만 이 도시의 고전미와 잘 어울린다. 칼사다 거리에 자리한 다리오 호텔(Dario Hotel)은 19세기 초에 지어진 네오클래식 건물이다. 이 도시의 대표적인 부티크 호텔로 실외 수영장과 초콜릿 카페테리아, 캐리비언 메뉴와 라틴 메뉴, 각종 그릴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구어메 레스토랑 트란비아(Tranvia)가 포진해 있다. 다리오 호텔과 함께 콜로니얼 부티크 호텔의 진수를 보여주는 라 그란 프란시아 호텔(La Gran Francia Hotel)은 식민 시대에 프랑스인 저택으로 사용되던 곳을 1997년 개보수하여 호텔로 새롭게 단장했다. 호텔 건물 내부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투명한 천장 아래 있는 인상적인 실내 수영장은 세계 어느 호텔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이색적인 공간이다. 도심 중앙에서 서쪽에 자리한 16세기에 지어진 라 메르세드 교회(Iglecia de La Merced)는 이 도시의 가장 대표적인 콜로니얼 유산이다. 바로크 스타일의 파사드와 정교한 문양으로 치장된 교회 내부의 장식미는 이 교회를 니카라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로 칭송하게 만들었다. 특히 라 메르세드 교회는 종탑 위의 전망대에 올라가 시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이곳에서 그리나다 대성당과 멀리 니카라과 호수를 바라보는 전망이 압권이다. 도심 동쪽에는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과달루페 교회(iglecia de Guadalupe)가 있다. 원래 성채로 만들어졌다가 1945년부터 교회로 이용되고 있는데 몇 분만 걸어가면 평온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니카라과 호수가 나온다. 이곳은 늦은 오후 한적한 시간에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라스 이슬레타스 섬과 몸바초 화산으로 떠나는 근교 여행
호숫가의 남쪽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보트를 타고 호수 안의 작은 섬인 라스 이슬레타스(Las Isletas)로 피크닉을 떠나보자. 각종 트로피컬 식물과 아름다운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몸바초 화산(Volcan Mombacho.그라나다 인근 남쪽에 위치)으로 투어를 다녀오는 것도 좋다. 니카라과의 차별성은 스포츠에서 잘 드러난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이 축구에 열광할 때 이 나라는 야구에 열광한다. 심지어 거리를 거닐다 작고 남루한 동네 오락실 안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하는 오락게임은 죄다 야구게임이다. 하루는 니카라과 호수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해변가나 호숫가에서 이곳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니카라과의 야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77년 이곳에서 세계 대륙 간의 야구대회가 열렸을 때 당시 최동원, 김재박 등이 대표선수로 뛰던 한국 야구 대표팀이 우승을 하기도 했다. 오래된 얘기지만 아직도 그 당시 이야기를 하며 당시의 상황을 장황하고 생생하게 해설하는 야구광들이 이곳엔 많다.

1 칼사다 거리 한 켠에 자리한 로컬 카페의 모습. 그라나다는 인근 멕시코와 과테말라에 비해 아직 관광객이 적어 소박하고 평온하다
2 고상한 분위기의 트란비아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3 파스텔 톤의 색감을 입힌 중세풍 가옥의 모습
4 컬러풀한 색감을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은 버스마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칠했다.
5 골목 한 켠에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의 소박한 미소가 정겹다

TRAVEL Information
How to Get There
한국에서 니카라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타카항공(TACA)을 이용하는 것이다. 엘살바도르와 코스타리카, 페루 리마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타카항공은 로스앤젤레스(또는 뉴욕)와 엘살바도르를 경유하여 매일 니카라과 마나구아 국제공항을 운항한다. 그라나다는 니카라과 수도 마나구아에서 버스로 약 45분 소요된다(매 20분마다 출발).
문의 타카항공 서울사무소(02-317-8770, www.taca.com)

Where to stay
Hotel Dario
주소 Calle la Calzada. de la Catedral 1 . Granada. 객실료 싱글룸 75달러부터. 더블룸 90달러부터. 스위트110달러부터(시즌에 따라 변동 가능). 문의 505-2552-3400, www.hoteldario.com
La Gran Francia Hotel
주소 Esquina Sureste del Parque Central Granada 객실료 클래식 더블룸 90달러부터. 주니어 스위트 110달러부터. 스위트 147달러부터(시즌에 따라 변동 가능). 문의 505-2552-6002, www.lagranfrancia.com

Information
Visa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 목적으로 비자 없이 3개월 동안 머물 수 있다. 단 모든 방문객은 니카라과 입국 시 공항이나 국경에서 투어리스트 카드 비용으로 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환율 니카라과의 화폐 단위는 코르도바(Cordoba)이며, 1코르도바는 한화로 약 50원이다(2012년 4월 기준).
치안 그라나다는 관광지이므로 치안 상태가 좋다. 단 인적이 드문 밤거리는 피하는 게 좋다. 니카라과 수도인 마나구아에서는 밤에 택시로 이동하는 게 좋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Vintage Temptation 전예진주임 2012-06-26 10386
112 Functional Apartment 전예진주임 2012-06-26 12222
111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의 아트와 일상 사이 전예진주임 2012-06-04 10403
110 Style for Less 전예진주임 2012-05-31 10318
» 콜로니얼 문화 향기 가득한 신천지, 그라나다 전예진주임 2012-05-31 10393
108 서도호, 집을 짓다 전예진주임 2012-05-31 10470
107 한옥, 현대를 살다 전예진주임 2012-05-31 12263
106 이불에겐 2부가 없다 전예진주임 2012-05-31 10414
105 Right Decision 전예진주임 2012-05-14 11052
104 Old & Wise 전예진주임 2012-05-14 1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