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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May

서도호, 집을 짓다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5-31, 09:18:24 조회 수: 10469

아티스트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집 속의 집(Home within Home)>이 지난 3월 22일 리움에서 개최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집을 주제로 한 작업을 꾸준히 펼쳐온 서도호. 그의 사적인 시선이 담긴 집 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작가와의 소통은 시작된다.

리움에 들어서는 순간, 한국의 블루칩 작가 서도호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분명 평일에 방문했음에도 리움은 주말에 버금가는 인파로 붐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집에 관한 탐구를 해온 서도호는 이번 전시 역시 집을 주제로 구성했다. 서도호는 개인이 갖는 최소한의 공간인 집을 그의 사유의 출발점으로 한다. 서도호에게 있어 집은 자아와 타자,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 순간과 영원 등 상반된 요소들이 경계를 넘나드는 통로이자 소통의 수단이다. 서도호는 어린 시절을 성북동의 한옥에서 보냈다. 작가가 한옥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1970~80년대는 우리나라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식보다는 양식을, 한옥보다는 양옥을 선호하곤 했다. 추측하건대, 서도호의 성북동 한옥은 당시 주변에 속속들이 들어섰던 양옥들과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 매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뜻하지 않게 집을 통해 ‘한옥 대 양옥’이라는 문화적 충돌을 체득한 서도호. 그리고 이것은 훗날 서도호가 미국 유학을 떠나 느꼈던 문화적 충돌을 극대화하는 근본이 되었다. 미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성북동 한옥에서 겪었던 양옥과 한옥의 충돌 경험이 전이된 것과 다름없다.

전시장인 리움 그라운드갤러리에는 성북동 한옥을 비롯하여 뉴욕의 스튜디오, 베를린 아파트 등 서도호가 과거에 살았던 집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천을 재료로 삼아 손바느질로 지은 집들로 서도호는 세면기, 스위치, 손잡이 등 집 안의 작은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충실하게 재현해냈다. 작품의 스케일과 디테일, 그 속에 담긴 의미 등 서도호의 각 작품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전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은 성북동 한옥의 본채를 재현한 신작 ‘서울 집/서울 집’과 뉴욕에서 살았던 타운하우스인 ‘청사진’. 가로만 15m에 이르는 장대한 스케일의 ‘서울 집/서울 집’은 천장에 매달려 부유하는 형태로 압도적인 풍광을 이루어냈다. 리움의 공간감을 적극 활용한 ‘청사진’은 높이만 18m인 작품.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총 3층짜리 뉴욕 타운하우스의 전면부가 그라운드갤러리의 한 벽면을 가득 채웠다. 서도호 작품의 매력은 이 거대한 작품 속에 관람객의 출입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서도호의 성북동 한옥은 물론 뉴욕의 타운하우스, 베를린의 집 등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집 안의 문고리, 전기 버튼 하나까지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비록 재현된 구조물이지만 자신의 과거와 경험이 촘촘히 녹아들어 있는 집의 문을 만인에게 이토록 과감하게 열어 보인 서도호. 전시를 감상하는 동안 그의 집은 과거와 현재, 자아와 타자가 공존하고 교차하는,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 소통하는 장이 된다.
3월 22일~6월 3일. 삼성미술관 Leeum 기획전시실.
문의 02-2014-6900



1 서도호의 신작 ‘서울 집/서울 집’. 장대한 스케일은 물론 천장에 매달려 부유하는 형태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2 전시장으로 향하는 경사로에 설치된 ‘투영’. 이번 전시의 주제가 집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암시한다.
3 성북동 한옥의 본채를 디테일 하나 빠트리지 않고 손바느질로 재현했다.
4 ‘집 속의 집-1/11’. 미국집 안에 자리잡은 한옥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 지는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5 ‘별똥별-1/5’.
6 뉴욕 스튜디오의 화장실. 수도꼭지 하나까지 재현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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