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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May

한옥, 현대를 살다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5-31, 09:18:03 조회 수: 12263

한옥을 사라져가는 옛것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한옥은 우리가 애써 보존해야 할 문화재가 아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한옥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개최한 <컨템퍼러리 한옥>전에서는 바로 이 같은 현대 속의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집 한옥.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주거 형태였던 한옥이 언제부턴가 자리를 잃어갔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춰 등장한 현대식 주택과 편리함으로 무장한 고층 아파트가 우리 주거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건축가들 역시 한옥에 대한 순수주의와 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한옥을 현대적으로 변형하고 적용하는 데 다분히 소극적이었다. 한옥의 이 같은 침체 현상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한옥을 거주보다는 ‘감상’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한옥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하지만, 막상 거주를 권하면 손사래를 치는 이가 대부분일 정도로 말이다. 한옥은 점점 이렇게 과거 속에서 박제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한옥의 위상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옥이 현대의 생활 공간으로서 그 가치를 재조명받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한옥을 조영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하나 둘씩 일어났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한옥을 짓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었다는 것이다. 현대 도시 생활에 맞게 구조를 변형한 것은 물론 마감의 소재를 바꾸고, 다양한 편의 기능을 첨가하는 등 여러 면에서 보다 현대화된 한옥이 등장했고, 그 쓰임 역시 주거 공간을 비롯하여 호텔이나 카페, 사무실 등의 상 공간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지난 3월 24일,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에서 개최된 <컨템퍼러리 한옥> 전에서는 바로 이처럼 현대화된 한옥을 만날 수 있다. 한옥에 대한 현대적인 요구와 한옥의 다양한 변주를 탐구하며 한옥이 지닌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정구, 황두진, 김용미, 김종헌, 백승호, 윤준환 등 한옥전문 건축가와 설치미술가, 사진작가 등 총 6인이 참여하여 한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펼쳐 보인 <컨템퍼러리 한옥>전. 건축가 조정구의 제12회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 작인 ‘서대문 한옥’과 사진작가 윤준환의 ‘경남의 한옥’이 전시의 포문을 연다. 현대화된 한옥을 본격적으로 만나기에 앞서 전통 한옥이 지닌 매력을 다시금 천착해보라는 의도일까. 전통 한옥의 고아한 풍경 앞에 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서대문 한옥을 지나니 ‘삶의 형상을 찾아서’, ‘공적 영역으로 확장’, ‘한옥 구조 개념의 현대적 적용’, ‘한옥의 비판적 진화’ 등 크게 4가지로 소주제를 나눠 건축 구법과 소재 선택, 조립 방식 등에서 새로운 옷을 입은 한옥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한옥 건축 구법에 서양식 건축 구법을 접목시킨 한옥을 선보인 건축가 조정구의 도시 한옥. 공학목재를 사용하고 저에너지 공학을 적용한 건축가 김용미의 모듈식 한옥. 한옥의 안채와 사랑채를 각각 주거와 사무 공간으로 재창조하여 교통에 의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건축가 김종헌의 한옥 등 다양한 의미와 시도가 투영된 한옥이 실물 모형과 축소 모형, 청사진, 영상, 사진 등의 형태로 등장했다. 물론 건축가에 따라 한옥을 해석하는 방법은 상이했지만, 이번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결론은 한옥은 분명 지속 가능한 건축물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뿐, 한옥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한옥이란 대개 조선시대의 한옥을 그 원형으로 삼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옥은 근대화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변형되어온 것들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한옥의 변형을 허용하지 않았던 1970~90년대를 지나 서서히 현대 도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한옥들이 등장했다. 이토록 생명력이 강인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력이 뛰어난 한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더욱 다양하게 확장, 변주될 수 있음을 다시금 피력했다.
전시 3월 24일~8월 27일.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문의 055-340-7000


이번 전시의 포문을 여는 건축가 조정구의 ‘서대문 한옥’.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적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도시 한옥을 모형, 사진, 영상 등의 형태로 만날 수 있다.


건축가 조정구가 작업한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라궁 모형.


1 건축가 황두진이 작업한 통인시장 입구. 현대 건축으로서 한옥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2 최소한의 표현만으로 한옥의 특징적인 형태를 재현해낸 백승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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