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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Nov

화이트 셔츠를 닮은 집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11-15, 10:52:39 조회 수: 12923

남천을 하늘 삼고 향초를 별빛 삼아 완성한 내추럴 화이트 하우스. 스테판 폼푸낙의 라운지 음악이 흐르는 정욱준의 부티크 호텔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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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맡에 걸린 자화상과 정욱준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뷰가 인상적이다. 
아래 복도 끝 주방으로 연결되는 공간의 풍경. 이파리가 작은 나무를 좋아하는 정욱준은 특히 남천을 좋아한다.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화분과 작은 화분들을 놓아 
초록의 싱그러움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마음을 동화시키는 불빛으로 채워진 공간에서는 환상적인 무드를 즐길 수 있다.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는 어디로 튈지 모를 의외성으로 똘똘 뭉쳤을 때다. 시원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말투, 촬영팀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까지! 이외의 소탈함까지 한 소쿠리쯤 발견하고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남성복 디자이너이자 제일모직 상무로 일하는 정욱준.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의 2013년 S/S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F/W 컬렉션을 위해 또다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계획으로 바쁜 그의 시간을 살짝 비집고 들어가 촬영을 마쳤다. 일반적인 구조를 띤 한 아파트. 온통 하얀색으로 채워진 배경에 신중하게 고른 듯 보이는 몇몇 소품이 빛을 발하는 미니멀한 공간. 커튼을 걷자 탁 트인 한강 뷰 앞으로 속도감 있게 달리는 차들이 보이는, 뉴욕의 로프트 부럽지 않은 전망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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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선을 압도하는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화이트 몰딩 벽이 복도에서부터 거실까지 이어진다. 
2 과하지 않은 클래식함과 소프트 모던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하늘을 향해 탁 트인 거실. 이곳에서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내일을 창조해낸다. 
3 메종 르베이지의 소파 위로 로버트 노키의 그림이 걸린 거실. 소파 사이 기다란 사이드 테이블은 맞춤 제작했다. 전망 좋은 이곳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거나 보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라운지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파리 생테노레에 있는 부티크 호텔 같은 느낌을 집으로 옮겨오고 싶었어요. 그곳을 모티프로 공간을 디자인해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요소들이 채워졌어요”. 복도에서 거실까지 이어지는 몰딩 벽은 이 집을 개성있게 단장하는 장식 요소. 자칫 텅 빈 듯 보일 수 있지만 촛불과 스탠드 조명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공간은 온화한 불빛으로 채워진다.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가 만든 스탠드 조명이에요.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된 제품들을 구입해 주방 테이블과 복도 끝, 소파 앞에 두었더니 별다른 소품 없이도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되더라고요. 여기에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메종 데 부지’의 향을 군데군데 놓아 오렌지 재스민의 풋풋한 향기로도 빈 공간을 채웠어요.” 

구조 변경은 크게 하지 않고 주방과 벽 사이 가벽을 세우고 거실 소파 뒤로 난 베란다 문을 막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 콤팩트한 사각 박스 형태의 거실을 만들었다. “원래 몰딩 벽은 입구에만 만들 예정이었어요. 레노베이션을 맡은 시공업체 ‘비타민’에서 몰딩 벽을 연장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받아들여 확실히 포인트가 되는 지금의 벽을 만들 수 있었죠.” 복도 끝에 세운 가벽은 복도, 거실, 주방이 입구에서 한눈에 보이지 않고 공간이 서로 분리되는 역할을 한다. 주방 가구는 기존 그린 컬러에서 화이트 가구로 교체해 다른 공간과 통일감을 주었다. 식탁에는 아스티에 빌라트의 그릇과 조명이 어우러져 센터피스 역할을 하고 있다. 거실은 정욱준의 남다른 센스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다리를 쭉 뻗고 등을 기댈 수 있는 1인용 소파 두 개를 나란히 배치하고 가운데 사이드 테이블을 두었다. 그 옆으로는 작은 사각 커피 테이블과 슬림한 의자 두 개를 아기자기하게 두어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공간 레이아웃을 완성했다. “소파에 누워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소파에 있다 보면 뒹굴거리면서 게을러지기도 하고 잠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것을 막기 위해 등만 기댈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를 구입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메종 르베이지의 소파가 딱 제가 원하는 디자인이라 구입하게 됐어요.” 별다른 오브제가 없는 이 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거친 선이 돋보이는 그림. “독일 작가 로버트 노키가 선물한 그림이에요. 저의 초상화인데 하나는 침대 헤드 위에 걸었고, 또 하나는 거실에 걸었어요.” 제2의 앤디 워홀이라 불 
리는 로버트 노키는 몇 년 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 지금쯤 파리로 향했을 그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내년 1월 준지의 세컨드 라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준지의 이름으로 만든 음악 레이블과 향초도 함께 론칭할 계획이다. 그의 집에서 그가 만들어낼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어떤 감성으로 표현될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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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티크 호텔처럼 단장한 또 하나의 공간인 게스트룸. 집에 손님이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안락한 휴식처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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