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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Jun

Dream Factory (2)

작성자: 전예진주임 등록일: 2012-06-26, 09:13:45 조회 수: 13871

창의력과 기능이 만날 때 인간의 눈앞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이곳은 자유로운 발상의 유토피아이자 새로운 역사를 잉태한 통찰력이 응집한 꿈의 공장. 누군가의 상상을 전복시키고 상식을 도발하는 곳이다. 한국과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를 아울러 12명의 공장장이 <메종>의 호기심을 헤아려 공장의 빗장을 풀었다. 시작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호령한 살아 있는 전설,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밀라노 아틀리에다. 역작 프루스트 체어에 앉아 카메라 정면을 응시한 그의 미소는 여전히 형형하다. 설치미술가 최정화는 겸손과 공존의 의미를 새로운 작업실로 체현했고 나얼과 필승은 자유로운 예술혼과 감성을 풀어놓은 비밀기지가 발각된 것처럼 수줍게 웃었다. 이외에도 피트 하인 이크, 피에로 리소니, 최정훈, 배지현 등. 12곳의 작업실은 인내와 열정을 마름질한 흔적으로 가득했다.

환상적인 예술적 놀이터 |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



편안한 차림의 겉모습과 경영자로서의 그의 기질은 매우 상반된다. 피트 하인 이크는 스무 살에 이미 자신의 스타일을 알렸다. 그는 아틀리에와 쇼룸이 함께 있는 이 하이브리드적인 공간에서 모든 것을 공개한다. 공간이 부족한 파리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컨셉트다. “여기에서 쇼핑한다는 생각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아요. 만약에 사람들한테 쇼핑하라고 한다면 내가 만든 적합한 규칙에 따라 해야 할 거예요.”


1 아인트호벤에서는 자전거가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진정한 삶의 기술을 상징화하는 것. 정제된 라인의 일본 자전거들을 데커레이션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2 이 공간에는 햇빛이 잘 드는 넓은 레스토랑이 있다. 그곳에서 사용하는 카운터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가구와 마찬가지로 옛 공장이었던 이 공간을 레노베이션할 때 회수한 파이프로 만들었다.


녹슨 의자들은 피트 하인 이크의 친구인 레오 쿨렌이 가져다준 것이다. 이 친구 역시 피트 하인 이크처럼 물건을 강박적으로 컬렉션한다(위층에 있는 박제 개들도 그가 가져온 것). 컨템퍼러리 설치작품처럼 디스플레이한 의자더미는 방문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브제의 축적과 시간의 흐름에 대해.


1 숍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2750유로에 구입한 거대한 선인장. 작은 카키색 메탈 장, 장 위에 올려진 컬러풀한 유리 꽃병들, 그리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포스터. 그린을 모티프로 하고 여기에 약간의 아이러니를 더해 연출했다.
2 갤러리 공간에 전시된 거대한 동물 조각상은 아티스트 톰 클라센의 작품이다. 피트 하인 이크는 자신이 아티스트와 맺는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티스트와 얘기를 나누면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죠. 이는 좋은 현상이에요. 왜냐하면 정상적인 세상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는 아인트호벤에 위치한 오래된 필립스 공장을 자신의 공간으로 바꾸는 데 일 년이나 투자했다. 아틀리에이자 전시 공간이며 부티크이고 레스토랑인 이곳은 피트 하인 이크의 디자인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다. 그는 늘 오브제와 가구(에나멜 그릇, 오래된 장난감 자동차, 섬세한 장식이 가미된 무거운 찬장 등)를 찾아 다닌다. 다작(多作)을 하는 이 디자이너는 예전에 쓰던 1만2000m²의 넓은 공간으로도 부족해 아인트호벤, 할베만스트라트(Halvemaanstraat) 30번지에 있는 거대하고 오래된 공장을 지금의 스튜디오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모던한 조명과 19세기 앤티크 그릇장, 다이닝룸 안의 자전거와 오래된 태피스트리의 조화 같은 규칙의 부재가 그만의 스타일을 온전히 표현하고 있는 공간이 됐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피트 하인 이크의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아틀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는 새로운 작품부터 서재에 있는 그의 책들 그리고 그의 친구가 수집하는 컬렉션과 그의 아내 제니의 세라믹 작품까지 그에게 영감을 주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그와 영감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이곳에 모인다. 그의 새로운 스튜디오에는 신진 아티스트와 유명 디자이너들의 전시가 사계절 내내 풍성하게 열리기도 한다. 폐목재의 자투리를 모아 만든 가구 ‘스크랩 우드 컬렉션’으로 유명해진 피트 하인 이크는 강한 환경 의식을 지니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천연자원을 아끼면서 살아야 하죠. 그렇지만 일할 때 시간을 아끼지는 않아요.”

버려진 목재, 알루미늄과 세라믹까지 재료에 한계를 두지 않는 그의 다양한 작업은 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선두주자 같은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는 으레 그 수수한 차림으로 또다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마치 놀이처럼!
www.pietheineek.nl 에디터 다니엘 로젠스트로크(Daniel Rozensztroch)  안세실 상셰(Anne-Cecile Sanchez) | 포토그래퍼 벵상 르루(Vincent Leroux/Temps Machine) | 번역 박진영(프리랜서)

이름 없는 양장점 |
패션 디자이너 문수진



천장을 뜯어냈더니 원래의 박공지붕이 드러났다. 군데군데 갈라진 나무 천장은 이 주택이 지어졌을 때의 옛날 모습 그대로다. 이 작업실은 항상 숨가쁜 패션 분야에 어울리지 않게 평온하다.


1 쇼윈도에 걸린 가방과 옷을 보고 불쑥 들어오는 동네 사람들도 있어서 얇은 천을 입구에 달았다. 잎파리가 작은 식물에는 싱싱한 초록의 물이 올랐다.
2 입체 재단부터 바느질, 단추 달기, 가봉까지 모두 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3 창가에 걸린 가방은 검은 비닐봉투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것으로 아랫부분에 지퍼를 달았다. 보디 위에 걸쳐놓은 재킷은 아직 미완성인데 그녀는 보디 위에 입혀놓고 디테일과 핏을 실험할 수 있는 입체 재단을 선호한다

“제 기억 속의 엄마는 옷을 항상 맞춰 입으셨어요. 단골로 다니는 양장점이 몇 군데 있으셨는데 옷을 맞추러 가서는 아줌마들끼리 한참을 수다 떨다 오시곤 했죠. 아직까지도 그 옷을 간직하고 계세요.” 헐렁한 데님 팬츠에 화이트 티셔츠를 입은 패션 디자이너 문수진은 꿀에 절인 유자청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탄산수를 붓고 휘휘 저어 내밀며 그녀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양장점에 대한 추억을 조심스레 꺼냈다.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칼리지에서 패션을 전공한 그녀가 서울에 돌아와서 자리 잡은 곳은 원래 삼성동이었다. “4~5년 전 이맘때쯤이었을 거예요. 친구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맸어요. 그때 반바지에 러닝 바람으로 집 밖에 앉아 부채질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며 마치 1970~80년대 동네 골목길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어릴 때 살던 동네 같기도 하고 영화 속 한 장면 같단 생각도 했죠. 그곳이 바로 누하동이었어요.”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묘한 매력의 누하동으로 이사한 지는 꽤 됐지만 패션 디자이너 문수진이 좁은 골목길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이 작업실을 갖게 된 것은 일 년 전의 일이다. 방이 2개 딸린 허름한 단층 주택을 와이즈건축(wisearchitecture.com)의 장영철 소장에게 부탁해 천장은 뜯어내고 벽과 창, 바닥을 보수해 개조했다. 이 공간에 놀러 온 지인이 동생의 결혼식에 입고 갈 블랙 원피스를 맞춰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름도 없는 이 작은 작업실은 양장점으로서의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여러 번 바꾸고 가봉하면서 마지막으로 피팅했을 때, 그 순간 침묵이 흘렀는데 둘 다 ‘아, 이 옷이구나’ 하고 깨달음이 왔다. 블랙 원피스를 입은 사람의 등이 펴지고 훨씬 아름다워 보이던 느낌. 문수진은 그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름을 만들면 틀에 갇힐까 두려워 무명인 채로 두었지만 이 작업실은 어떤 과정 중에 있는 공간이에요.” 미대 지망생에서 경제학도, 패션 디자이너로 먼 길을 돌아온 문수진은 결과물보다는 매 순간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 과정이 힘들지라도 이겨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이 저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줬고, 그들 나름대로 이 공간에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곳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간 시간의 흔적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에디터 정수윤 | 포토그래퍼 문성진

세 작가의 예술적 기지 |
아티스트 나얼  최정훈  필승



놀듯 즐기듯, 자유롭게 머무는 작업실의 또 다른 공간. 밤이 되면 프로젝터를 내리고 영화나 뮤직 비디오를 감상한다. 왼쪽부터 나얼, 필승, 최정훈.


나얼의 작품이 걸려 있는 작업실 한편. 레트로 스타일의 TV는 가수 나얼이 팬들로부터 선물받은 것.

이 작업실의 시작은 6~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였던 작가 필승과 나얼이 먼저 작업실의 기틀을 잡았고 나얼의 초등학교 동창인 그래픽 디자이너 최정훈이 합류했다. 정확한 시작과 과정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동안 사진, 영상을 하는 친구들도 이합집산되면서 흘러왔지만 작업실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각자 자유롭게 작업할 때만 모이고 흩어지고 하는 공간입니다. 각자의 공간이 구분돼 있지도 않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컴퓨터를 쓰기도 하고요. 이제는 서로가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융화돼서 네 것, 내 것 같은 구분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세 작가의 작업실은 개인주의도 공동체도 무의미한 순수하게 작업을 위한 공간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들어오면 나가기 싫은 공간’이기도 하다. 여전히 육중한 모니터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지만(결과물의 아날로그적 효과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들의 그래픽 작업은 절대 구식이 아니다. 낡아 보이는 오디오에서는 나얼이 선곡한 음악이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디자이너 필승의 비범한 프로덕트 디자인도 무심한 듯 여기저기 전시돼 있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예술적인 공간. 이들의 작업실엔 필요에 의해 산 물건은 없다. 그냥 물건들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눈이 보배인 세 작가가 새롭게 각색한 물건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공업용 케이블을 감아두었던 틀로 만든 테이블은 나얼의 작품이다. 커피 보관 상자에는 낙서 같은 드로잉을 더해 스툴로 쓰고 있고 피아노는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기증 받았다. 콘크리트 벽돌로 단을 높인 좌식 공간은 그들의 소소한 컬렉션과 작품이 집약된 자리다. 여기서 작업도 하고 음악도 들으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 취향이 담긴 물건, 스토리를 만들 만한 물건, 자신들의 작품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세 작가의 아틀리에는 그들의 육체적 휴식처인 동시에 정신적 놀이터였다.

에디터 곽소영 | 포토그래퍼 문성진

행복을 짜는 아틀리에 |
직조하는 사람 정영순 & 패션 디자이너 허유



큰 수직기 두 대로 꽉 찬 램 아틀리에. 이 작은 공간에서 정영순은 서양식 수직기로 아름다운 직물을 짜고 허유는 신중하게 색을 고른다. 나무 선반 위에 차곡차곡 정리한 색실은 10여 년 전부터 모아온, 뜨개용 실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생산용으로 사용하는 실이다.


1
나비처럼 묶어놓은 작은 실뭉치는 허유가 컬러를 배합하기 위해 잘라서 분류한 것들이다. 도자기 그릇 아래 깐 직물은 모두 정영순이 짠 것.
2
보기 흉한 세면대 아래 수전 부분에 키치한 옷을 입혀주었다.
3
마음을 담아 한 올 한 올 짠 성긴 커튼. 이 커튼 너머로 계동의 주말 오후, 기분 좋은 햇살이 쏟아진다.

패션 셀렉트숍 램(Lamb)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허유는 의복용 직물을 직접 제작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의 디자인에 더 가깝고 어울리는 원단을 직조해보고 싶은 마음에 손재주가 좋고 취미로 태피스트리를 짜는 어머니 정영순에게 SOS를 보냈다. 아들을 위해 수직기 다루는 법을 배운 그녀는 일 년 전부터 계동의 램 아틀리에에서 허유가 고르고 배합한 색실을 엮어 아름다운 직물을 만들고 있다. 벽에 걸린 직물 조각들은 램의 옷에 어울리는 원단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얻은 수확이다. “저는 사장님의 주문에 따라 직물을 짭니다(그녀는 램 아틀리에가 직장이라면서 아들에게 존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장님이야말로 램의 옷에 어울리는 실을 골라낼 줄 알죠. 그는 디자이너이지만 저는 간호사예요(실제로 그녀는 간호과장 출신이다). 직물을 짜다가 실이 엉키거나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를 해도 포기하지 않고 원래의 모양을 살려내요. 스스로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하다 보면 직물에 새로운 패턴이 생겨요.” 환갑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차분하지만 열정을 응축시켜 말을 이어가는 정영순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창문에 걸린 곱고 올이 성긴 커튼 너머로 주말의 오후 햇살이 쏟아졌다.

이 커튼은 램을 위해 제작한 것이 아니라 정영순의 손길이 가는 대로, 원하는 색실을 섞어 직조한 것이다. 물결처럼 부드러운 실은 직물을 짜기에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결국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데 그녀는 큰 자부심을 느낀다. 실은 쉽게 엉키기도 하고, 직조하다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죽어가는 생명도 살려내는 나이팅게일의 온화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전직 간호사에게 안되는 일은 없다. 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한 올 한 올 짜기 때문이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이뤄내는 컬러 조합은 때론 키치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서로를 존중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두 모자는 이제 이 직물이 꼭 옷으로 만들어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오브제가 되고 가치를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말이다.
www.lambonline.kr 에디터 정수윤 | 포토그래퍼 문성진

혼자만을 위한 휴식처 |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



선릉공원 앞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는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정은주를 맞이하는 자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서른셋에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을 낸 정은주는 일흔이 될 때까지 감각적인 디자이너로 살기를 원한다. 때론 템포를 줄이고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없는 것이 없는 이 오피스텔이 그녀에게는 그런 공간이다.

찰칵, 문을 열자 자동 센서가 작동하며 불이 켜진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는 창으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어 바깥 냄새를 맡는다. 며칠 만에 작업실을 찾은 그녀에게 자연은 며칠 새 녹음이 더욱 짙어진 모습으로 그녀를 반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는 오랫동안 운영해온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e-Design interior that works)의 몸집을 줄이고 혼자 쓰기 적당한 오피스텔을 얻었다. “나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어요. 현장 소장도 함께 일한 지 꽤 오래돼서 믿음직스러웠고 다른 업무는 외부에서 진행해도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했어요. 혼자 일을 하면서도 휴식이 되는 공간이 필요했죠. 이곳은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아이의 엄마가 아닌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정은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어 고마운 공간이에요.” 그녀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회색 패브릭 소파에 앉아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기도 하고 디자인이나 건축 서적을 보며 시안 작업을 한다. 이 공간은 완벽하게 그녀에게만 맞춰져 있다. 그녀는 클라이언트의 집과 사무실, 병원 등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일 뿐이에요. 예술가와는 다르죠. 철저히 기능에 바탕을 둔 디자인을 제시해야 하고 처음 이사했어도 1~2년 산 것처럼, 10년을 살아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줘야죠. 저도 그런 디자이너가 됐으면 해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응원을 보태본다.
에디터 정수윤 | 포토그래퍼 문성진

아이디어 스케치북 |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



모던한 재료와 형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한 암체어의 원형을 떠오르게 하는 ‘포드’에서 포즈를 취한 벤자민 휴버트.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영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포드’ 옆으론 그가 까사마니아를 위해 디자인한 사이드 체어 ‘마리타임’이 놓여 있다.


1, 2
1,2 재료와 형태에 대한 연구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벤자민 휴버트의 런던 작업실. 아직은 작고 소박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스트 런던에 자리하고 있다.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이며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3
‘나’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로 작업한다는 벤자민 휴버트는 그의 동료들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들의 고민과 실험의 조합은 마치 아트워크처럼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 테이블 위로 그의 다양한 컬렉션의 단편들이 보인다.

쇼디치, 달스톤, 브릭레인 등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이스트 런던에 28세의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의 10평 남짓한 스튜디오가 있다. 수많은 경력과 미디어의 주목 속에서도 예의 바르고, 넓은 시각의 디자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젊은 디자이너는 ‘나’라는 일인칭보다는 ‘우리’라는 단어로 작업과 스튜디오를 설명한다. 3년 전 작은 스튜디오로 출발한 벤자민 휴버트는 가구와 조명 등 제품 디자인을 거쳐 최근엔 인테리어 디자인도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그와 일하기를 원하면서 그의 스튜디오는 6개월마다 커져가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 말쯤엔 지금보다 큰 스튜디오로 옮길 예정이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스튜디오에서 보낸다. “우리는 제법 명확한 구도를 가지고 일을 진행합니다.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재료와 구조에 대한 리서치부터 그것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죠. 항상 새로운 재료와 구조를 찾고 있습니다.” 4년 전 기발하고 에지 있는 콘크리트 라이팅으로 이름을 알린 영 디자이너는 어느덧 카펠리니, 폴트로나 프라우, 나바 등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작업을 소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됐다. 최근 디자인한 패셔너블한 의자가 보여주듯이 그는 요즘 패션과 가구를 접목하는 다양한 방법도 연구하는 중이다. “저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심플하고, 유용하고, 깔끔하고, 좋은 가치가 있고 지속 가능한 것입니다.” 백지처럼 하얀 그의 스튜디오는 벤자민 휴버트의 균형 잡힌 디자인, 단순한 디자인을 향한 과정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펼쳐져 있었다.

www.benjaminhubert.co.uk 에디터 곽소영 | 인터뷰어 & 포토그래퍼 레이 문(Rei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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